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법원으로부터 공개하라고 판결된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의전비와 청와대 특수활동비(특활비)가 결국 비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법원은 1심에서 청와대 특활비 지출결의서와 운영지침, 김 여사의 의전 비용 예산 편성 금액 및 지출 내용 등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지난 2일 대통령 비서실은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특활비와 김 여사의 의전 비용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지난 2018년 청와대에 문 대통령 취임 이후 특활비 지출 내용을 공개하라며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대통령 비서실에 편성된 특활비에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내용이 포함돼 있고, 세부 지출내역에 국가 안보 관련 내용이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한국납세자연맹은 2019년 청와대 특활비와 김 여사 의전 비용 공개 등을 포함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 행정법원5부는 지난달 10일 주소나 연락처 등 개인정보, 외국 정부·공무원과 관련된 사항 등을 제외한 대부분 정보를 모두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법조계는 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면 관련 자료가 대통령지정기록물이 돼 더 이상 대통령비서실에 존재하지 않아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이후 재판에서 '각하'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거나 국민경제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기록물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정해지면 최장 15년(사생활 관련 기록물은 30년)동안 비공개 대상이 된다. 항소심이 진행되는 기간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5월 전에 항소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 또 상고심 기간까지 고려하면 판결이 문 대통령 임기 내에 확정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한편 문재인 정부의 특활비 비공개를 두고 과거 박근혜 정부 때와 다를 것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4년 10월에도 청와대가 사용하는 특수활동비, 여행 여비를 포함한 예산을 어떻게 집행하는지 공개하라는 청구가 있었고 행정 소송으로 이어졌으나, 이 사건 역시 2016년 3월 1심 재판부가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음에도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2017년 3월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피고들이 정보를 보관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로 1심과 달리 각하 판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