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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인공지능도 한국어를 공부해야

장소원 국립국어원장





우리는 꿈을 꾼다. ‘꿈’은 ‘잠자는 동안에 깨어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사물을 보고 듣는 정신 현상’인 동시에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라고 사전에 풀이돼 있다. 그래서 인간은 밤에는 자면서 꿈을 꾸고 낮에는 이루고 싶은 것을 꿈꾼다. 당장은 현실에서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계속해서 꿈을 꾸고 언젠가는 그 꿈을 성취하는 과정이 인간의 역사다. 하늘을 나는 새들을 보면서 꾼 꿈이 비행기로, 더 나아가 로켓의 발명으로 이어져 우리는 새보다 멀리 하늘을 날고 심지어 우주로 날아간다.

인간과 동일한 수준의 지능을 가진 AI, 즉 인공지능의 발명도 오래전부터 인간이 품어온 꿈의 하나로, 이런 꿈은 실현되기 전에 소설이나 영화로 먼저 표현되곤 한다. ‘터미네이터’를 보면 오는 2029년에는 AI 로봇들이 인류 소탕전을 벌인다. ‘매트릭스’에서는 AI가 인간의 기억을 입력하고 삭제한다. ‘AI’에서는 감정을 가진 주인공 로봇 데이비드가 엄마의 사랑을 받기 위해 진짜 인간이 되기를 꿈꾸고 ‘아이 로봇’에서 미래의 로봇은 감정을 느끼고 자유의지를 가진 존재다. 필자가 생각하는 AI 영화의 결정판은 ‘허(Her)’로 주인공 인간은 전화기 속 AI 운영체계와 사랑에 빠진다. 이 영화에서 ‘그녀’가 인간과 다른 점은 스스로 성장할 뿐 아니라 8000여 명과 동시에 대화하고 600여 명과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가 아니더라도 AI는 이미 우리 곁에 훌쩍 다가와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100여 개 언어를 번역할 수 있으니 세계 어디를 가도 불편하지 않고 자율 운전 차량에도 AI는 필수적이다. 기업들은 ‘AI 챗봇’이라는 이름으로 고객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는 어느 집에서나 가사를 돕고 말벗을 해주는 로봇 한두 개쯤은 들여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AI는 대규모 언어 자료, 즉 말뭉치를 기반으로 한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말과 글, 즉 자연언어를 종류별로 많이 학습시키면 시킬수록 언어능력이 뛰어난 AI, 곧 똑똑한 인공지능이 만들어진다. AI에서 언어능력을 배제하면 단순한 계산기에 지나지 않고 불충분한 언어 자료로 어설프게 학습한 AI는 편견을 가진 추론을 할 수밖에 없다. AI 채팅봇 ‘이루다’가 지하철 임산부석을 ‘혐오스럽다’고 표현해 논란이 된 것이 그 예다. AI를 만드는 것은 언어다. 인간의 지능 발달을 좌우하는 것도 언어능력이다.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AI가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한국어 공부를 해야 한다. 그래서 국립국어원은 지속적으로 다양한 말뭉치를 구축하고 매년 AI의 언어능력을 평가하는 대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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