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적어도 퇴임사엔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 밝히자 청와대 출신 민주당 의원들이 “갈림길에 선 당의 진로를 고민하는 비상대책위원의 언사로는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반발했다.
17일 민주당 의원 14명은 이날 “뼈저린 반성은 ‘남 탓’에서 나올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내고 “채이배 위원의 공식적이고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성명에는 고민정·김승원·김영배·김의겸·민형배·박상혁·윤건영·윤영덕·윤영찬·이장섭·정태호·진성준·최강욱·한병도 의원(가나다순)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선거에 필요할 때는 너도나도 대통령을 찾고, 당이 어려워지면 대통령에게 ‘반성문을 쓰라’고 벼랑 끝으로 모는 것이 채이배 위원이 생각하는 ‘좋은 정치’인가”라며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평가는 누군가를 내세워 방패막이 삼거나, 지난 시기를 선과 악의 이분법으로 규정하는 단순한 사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 모두는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미 사퇴한 당 지도부 뿐 아니라, 민주당 국회의원, 문재인 정부의 구성원, 나아가 패배한 당을 수습하기 위한 나서주신 비대위원들 역시 뼈아픈 대선 패배의 책임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런 때 누구의 책임이 더 큰가를 따지는 것은 내 책임을 조금이라도 가려 보려는 비겁함”이라면서 “나만 살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많아지면, 우리 모두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전했다.
14명의 의원들은 “선거 패인에 대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위한 치밀한 프로그램을 비대위가 나서 하루빨리 마련해달라. 그것이 지금 비대위가 해야 할 급선무”라며 “동료 의원들께도 부탁드린다. 개개인의 주관적 평가는 함께 머리를 맞댄 토론장에서 논쟁하자”고 덧붙였다.
앞서 국민의당 의원 출신인 채 비대위원은 지난해 12월 이재명 캠프 공정시장위원장으로 합류하며 민주당에 입당한 바 있다.
그는 16일 보도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패배와 관련해 ‘남은 임기 중 청와대가 사과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적어도 퇴임사엔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저 잘했어요’만 쓸 게 아니라, 편 가르기와 정책 실패 등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국민이 제대로 평가를 해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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