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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누스 품는 현대백화점…온라인·글로벌로 사업 영역 넓힌다

지누스 지분 30% 7747억원에 인수

향후 신주 1200억 인수 계약도 체결

현대百그룹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

포트폴리오 확대, 글로벌-온라인 강화

M&A 외연 확장 정지선 승부수 눈길





현대백화점그룹이 가구·매트리스 기업 지누스를 인수하며 ‘글로벌 라이프 스타일 기업’으로의 도약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이번 인수는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탄탄한 온라인 유통망을 지닌 지누스를 통해 리빙 사업을 강화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그동안 오프라인과 국내 유통 중심으로 전개해 온 백화점 사업을 ‘온라인’과 ‘글로벌’ 분야로 확장하는 그룹 전체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리빙 시장에서 롯데·신세계·현대 등 대형 유통 3사가 벌이고 있는 각축전이 앞으로 더 치열하게 전개될 질 것이라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백화점이 지누스 창업주 이윤재 회장 등이 보유한 지분 30.0%(경영권 포함)를 7747억원에 인수한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그룹의 역대 인수합병(M&A) 중 최대 규모다. 현대백화점은 이날 이사회를 열어 지누스 주식 인수 계약체결에 대한 안건을 의결했고, 지분 인수와 별도로 지누스와 인도네시아 제3공장 설립 및 재무구조 강화를 위해 1200억원 규모의 신주 인수 계약도 체결했다.



‘아마존 매트리스’ 지누스는 어떤 곳?


지누스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에서 ‘침대 매트리스 판매 1위’로 유명한 업체다. 지난 1979년 설립된 회사로 2000년대 초반까지 캠핑용품을 제조·판매하다가 주력 사업을 매트리스, 베개 및 가구로 전환했다. 30년간 캠핑사업을 영위하면서 유지해 온 월마트, 케이마트와 같은 대형 소매상과의 영업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비교적 빨리 해외에서 사업의 기반을 구축했고, 2005년 세계 최초로 소형 박스 포장 매트리스를 선보이며 온라인 판매 경로를 개척해 2020년 기준 미국 온라인 매트리스 시장의 26.5%를 점유하고 있다.

지누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생산 제품 중 매트리스(54.8%)가 가장 많고 침실 가구(38.1%)와 기타 가구(2.5%) 순이었다. 제품 유통 채널은 온라인(77.1%) 비중이 오프라인(22.9%)보다 압도적으로 컸다. 해외에서의 견고한 수요 증가로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1조원(연결기준 1조1238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처럼 글로벌 네트워크와 온라인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지누스는 리빙 부문의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물론이요,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e커머스 사업 강화에 있어 매력적인 대상이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오프라인과 국내 유통 중심의 백화점 사업 영역을 ‘온라인’과 ‘글로벌’ 분야로 확장하고, 산업 성숙기 국면인 백화점 사업을 보완할 수 있는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며 “그룹 내 리빙 부문과의 사업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면서도 성장 가능성이 높아 그룹의 사업 방향성에도 부합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경기 고양 킨텍스 내 현대리바트 전시장 모습./사진제공=현대리바트




지누스 국내 사업 키우면서 지누스 통해 해외로


이로써 현대백화점그룹의 리빙 부문은 가구·인테리어(현대 리바트)와 건자재(현대 L&C)에 이어 가구·매트리스 사업을 추가하게 됐다. 리바트·L&C 등 계열사들과의 사업 협력을 통해 지누스의 취급 품목을 매트리스 외에 거실, 홈오피스, 아웃도어 등 일반가구까지 확대한다는 게 그룹의 주요 계획이다.

또 해외 시장을 공략하면서도 백화점·홈쇼핑·면세점 등 그룹 내 유통 계열사를 활용해 지누스의 국내 사업 확장을 모색할 방침이다. 특히 온라인 시장에서 특화된 제품으로 입지를 다져온 지누스의 이력은 ‘전문 온라인몰’에 주력하는 그룹의 방향과도 일치하는 만큼 향후 현대백화점그룹의 ‘e커머스 사업’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온라인 플랫폼 통합이나 M&A가 아닌 유통·패션·리빙·식품 등 각 계열사별 전문성과 차별성을 바탕으로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전문몰 전략’을 추진해 오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사진제공=현대백화점


‘정지선 뚝심’에 더 격화되는 유통 빅3 ‘리빙’ 경쟁


이번 인수로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의 신중하면서도 뚝심 있는 M&A 행보도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정 회장은 2008년 취임 이후 꾸준히 M&A를 진행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고, 그렇게 품은 기업 대부분은 새 동력으로 자리 잡아 그룹 성장에 기여했다.

2012년 한섬과 가구 업체 리바트를 인수하며 당시 유통업에 쏠려 있던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며 이후 한화L&C,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을 인수하면서 그룹의 4대 축인 유통·패션·식품·리빙의 골격을 갖추게 됐다. 정 회장의 M&A가 그동안 사업 외연을 확장하는 동시에 계열사별 강점을 강화하며 높은 성공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지누스 인수가 그룹 전반에 가져올 변화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지누스 인수는 유통 3사가 공히 눈독 들이고 있는 리빙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갖겠다는 정 회장의 선전포고로도 해석된다. 현대백화점이 2012년 리바트를 500억원에 인수한 이후 신세계는 2018년 정유경 총괄 사장의 진두 지휘 아래 까사미아를 1837억원에 사들였다. 롯데쇼핑은 이후 더 크게 베팅했다. 지난 해 2995억원을 투자해 한샘의 지분 5%를 확보했다. 당시 롯데쇼핑과 마찬가지로 한샘에 관심을 갖고 있던 현대백화점 입장에선 아쉬움이 큰 딜이었으나 이번에 지누스를 전격적으로 품으면서 리빙 시장 선점은 물론 주도적으로 시장을 키우겠다는 정 회장의 계획은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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