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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과도시] 가회동 두 집…올드&뉴 '동거동락'

1930년대 지어진 한옥 1층 높이로 아담

마당·목조기둥·기와지붕 고스란히 품어

60년대에 들어선 양옥엔 콘크리트 벽면

유리마감·조명 등 곳곳에 현대적인 감성

다른 시대 따로 지은 두 건물 하나로 연결

설화수매장·찻집으로 '북촌 핫플' 입소문

서울 종로구 가회동 ‘가회동 두 집’ 전경. 김인철·원오원팩토리




‘가회동 두 집’은 서울 북촌이라는 은하수 속 하나의 별 같은 존재다. 1930년대 지어진 한옥과 1960년대의 양옥을 리노베이션한 이 건축물은 과거와 현재 모습을 모두 갖추고 있다. 도로와 바로 인접한 한옥은 우리의 옛 건물이 갖췄던 마당과 목조 기둥, 커다란 기와 지붕 등의 요소를 모두 지니고 있다. 반면 유리로 마감된 벽면이나 조명, 바로 옆에 위치한 양옥 등 현대적 요소도 눈에 띈다. 과거의 건축 유산에 현대적 요소를 접목해 미래 세대에게 또 다른 무언가를 남기는, 유산 보존 방식 건축의 전형과도 같다.

건축물이 위치한 북촌은 조선시대 양반 주거지 중 하나였던 곳이다. 20세기 초 주택경영회사들이 중소 규모의 한옥을 집단적으로 건설해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이곳에서 우리는 과거의 시간을 본다. 억겁의 시간 전 별 무리가 내뿜은 빛을 지금 은하수로 보게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곳에 녹아 든 가회동 두 집은 수많은 별들 중 하나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가회동 두 집’ 한옥과 양옥 사이 공간. 이 공간에 원래 있었던 벽을 철거하고 일부 흔적을 남겼다. 김인철·원오원팩토리


◇‘북촌과의 조화’라는 난제 풀다=건축물 설계를 맡은 원오원건축의 최욱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로 ‘주변 동네 풍경’을 꼽았다. 작은 도로를 따라 저층 건물이 줄지어 있는 서울 종로구 가회동 등 동네와의 조화에 신경을 썼다. 기존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닌, 원래 있던 건물을 되살리는 작업이었던 만큼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버리느냐’를 최우선으로 결정했다.

1930년대의 한옥은 1층 높이의 낮은 건물이지만 높은 지대에 들어서 있는 양옥은 비교적 규모가 크다. 양옥 2층의 테라스에서는 주변 동네의 풍경이, 3층 테라스에서는 서울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동네에서도 양옥이 눈에 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건축물을 수평·수직으로 규모를 키우면 주변에 위압감을 줄 여지가 있었다. 건축가는 지하층 증축을 통해 실사용 면적은 늘리되 외부에서 봤을 때에는 건물 규모가 늘어나지 않는 복안을 내놓았다. 시각적인 뼈대는 유지하되 보이지 않는 지하로 땅을 파 건물 사용성은 높인 것이다.



애초에 한옥과 양옥은 건축주가 서로 다른 별개의 건물이었다. 현재 이 건축물을 운영 중인 아모레퍼시픽은 2018년 2월 한옥을 매입했고, 같은 해 7월에 양옥을 사들였다. 처음부터 따로 지어진 두 건물을 연결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우선 두 건물이 서 있는 지대가 달랐다. 한옥은 인접 도로와 비슷한 높이의 저층 지대에, 양옥은 계단을 타고 올라야 하는 언덕 위에 있었다. 두 건물이 유기적으로 호흡하기 위해서는 둘을 연결해야 했지만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거대한 벽이 난관으로 작용했다.

건축가는 이 벽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대신 벽이 있던 자리에 작은 정원을 만들었다. 이 벽은 양옥과 한옥을 분리하기도 했지만 한옥으로 볕이 들어가지 못하게 차단했다고 한다. 벽이 사라진 지금은 정원을 통해 빛이 한옥으로 자연스레 퍼진다. 철거한 벽은 흔적을 남겨 놓았다. 정원 한편에 서면 1930년대의 한옥과 1960년대의 양옥, 그리고 콘크리트 및 벽돌로 돼 있는 높은 벽의 흔적이 보인다. 이질적인 요소들이 뒤섞여 색다른 조화를 만들어낸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가회동 두 집' 한옥 내부. 기존의 목구조는 그대로 살리되 일부 벽면을 유리로 마감했다. 김인철·원오원팩토리


◇건축 유산은 그대로 살려내=한옥을 구성하는 요소는 다양하다. 나무로 된 기둥, 기와 지붕, 창살, 서까래, 대청마루 등 ‘본질’이라고 부를 만한 요소가 많다. 최 대표는 이 중에서도 나무로 된 구조를 한옥의 본질적 요소로 봤다. 건물이 발을 딛고 서 있는 땅과 기와 지붕을 연결하는 나무 기둥, 서까래를 살리면 다른 요소를 일부 바꾸더라도 한옥의 정체성은 살아 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판단하에 기존 한옥 건물의 목조 기둥과 서까래는 살려 기존 자재를 가능한 한 그대로 썼다.

대신 창살을 없애고 통유리로 된 창을 설치해 과거에 현재를 접목시켰다. 커다란 유리로 된 창이 가지는 장점은 여럿 있다. 밖에서 안이, 안에서 밖이 잘 보인다. 이는 안팎의 소통을 늘리기도 하지만 빛의 자연스러운 투과를 유도하기도 한다. 가회동 두 집의 한옥 건물은 별다른 조명 없이 밝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햇빛이 한옥에 그대로 스며들거나 주변 마당에 반사돼 건물 내부로 산란해 들어온다. 유리 마감은 이를 가능하게 하는 건축적 요소다.

양옥의 경우 기존의 것들을 최대한 그대로 썼다. 원래 있던 콘크리트 벽면에 가급적 손을 대지 않았다. 나무 문짝과 램프까지도 있던 것을 썼다. 양옥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천장의 일부는 노출 콘크리트로 돼 있고 일부는 하얀색 벽면으로 새로 마감돼 있다. 다소 거친 콘크리트 벽면과 잘 마감된 하얀 벽면이 이질적으로 어울린다. 나머지 인테리어는 고급 양옥이라는 건물의 특성을 살려 1960년대 쓰였을 법한 고풍스러운 가구로 꾸몄다.

현재 한옥 건물은 ‘고급 화장품 가게’로, 양옥 건물은 ‘고급 찻집’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인 설화수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한옥에, 고급 식음료 공간인 오설록 티하우스가 양옥에 들어서 있다. 북촌 내 한옥에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내기로 결정할 때부터 기존 건축물의 유산을 계승해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려는 취지가 있었다고 한다. 어느 누군가의 가정집이었을 이 두 건물은 어느덧 누구나 찾을 수 있는 마을의 명소가 돼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 ‘가회동 두 집’ 양옥 내부 모습. 천장에 기존 콘크리트 흔적이 남아 있다. 김인철·원오원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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