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성능 측정 사이트 ‘긱벤치’가 최근 모바일과 반도체 업계를 놀라게 할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대만의 미디어텍이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제조에서 퀄컴과 삼성전자를 능가하는 기술을 지닌 것으로 나타났다. ‘가성비 좋은’ AP를 만드는 기업으로 인식됐던 미디어텍이 완벽한 기술 경쟁력까지 갖추게 된 셈이다. 이는 위탁생산(파운드리) 분야 강자인 대만 반도체 산업이 비메모리의 한 축인 AP까지 삼키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 미디어텍과 파트너십을 맺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것임을 예고한 것이다.
미디어텍은 TSMC와 함께 대만 파운드리 산업 대표 주자인 UMC의 디자인하우스로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1997년 칩 제조사로 분사해 ‘미디어텍’이란 이름으로 새 출발을 했다. 3년도 안 돼 미디어텍은 돌풍을 일으켰다. 2000년 전후로 DVD 열풍이 불 때 여기에 들어가는 칩을 만들어 시장을 휩쓸었다. 이후 와이파이·블루투스 칩세트를 만들며 영역을 넓혔지만 모바일용 자체 AP 브랜드를 갖추지 못한 채 중저가 제품을 출시했다. 인텔·퀄컴·브로드컴 등에 비해 기술력이 떨어져 고전하던 미디어텍은 2015년 ‘헬리오(Helio)’라는 브랜드를 공개하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2019년에는 성능까지 갖춘 ‘디멘시티’ 시리즈로 고성능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가격과 성능 경쟁력을 모두 갖추자 시장점유율이 급상승했다. 2020년 3분기에는 스마트폰 AP 시장점유율이 31%까지 올라 퀄컴을 제치고 선두를 차지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점유율 33%로 퀄컴을 3%포인트 차로 꺾었다. 특히 중국 저가형 휴대폰 AP 시장점유율은 50%를 넘었다.
중국 ‘스마트폰 사총사’인 화웨이·샤오미·오포·비보가 지난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합계 18% 점유율로 삼성(17%)을 앞선 것 역시 미디어텍의 고성능 AP 탑재가 핵심 요인으로 분석됐다. 압도적 기술력이 없으면 우리의 주력 품목들도 언제든 외국에 주도권을 넘겨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가 반도체 등 전략 산업에 대해 전방위 지원책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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