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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칼럼] 푸틴, 세계 경제를 죽일까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우크라 침공에 글로벌 교역 위축

개도국 경제도 심각한 위협 초래

1차 대전 때처럼 세계화 흔들려

狂氣로부터 지구촌 안전 지켜야





경제 해설가들이 늘 역사적 선례를 찾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예컨대 과거의 금융위기 사례를 연구한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은 다른 동료들에 비해 2008년의 금융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월등히 높다. 그러나 여기에 항상 따라오는 질문은 어떤 비교 사례를 선택하느냐다.

많은 경제 해설가들이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입에 올린다. 필자는 수차례에 걸쳐 현재와 1970년대 경제 사이에 평행 관계는 없다고 주장해왔다.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1979~1980년도의 상황과 큰 차이가 있고 끝내기도 훨씬 쉬워 보인다는 견해에 한 치의 변함도 없다.

그러나 1914년도의 경제 상황이 현시점에서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지적은 일리가 있다. 1914년은 철도와 증기선 및 전신 케이블에 힘입어 교역량이 대폭 확대된 이른바 1차 세계화 물결이 1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끝장난 해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1919년에 발간된 그의 저서 ‘평화의 경제적 결과’에서 “인간의 경제적 진전에 관한 비상한 에피소드”에 해당하는 시대가 끝이 났다고 개탄했다. 1차 세계대전 전야에 쓴 글에서 그는 “런던 주민들은 지구상의 다양한 물품을 원하는 만큼 손쉽게 주문할 수 있고 주문품이 자신의 문 앞에 일찍 배달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군국주의와 제국주의, 인종적·문화적 경쟁의 프로젝트 및 정치학”으로 인해 비상한 시대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어딘지 귀에 익숙한 얘기 아닌가.

1차 세계대전이 글로벌 경제 시대를 끝냈다는 케인스의 지적은 옳다. 1913년의 러시아제국은 거대한 밀 수출국이었다. 하지만 소비에트연방의 옛 공화국들 중 일부가 그 역할을 다시 맡을 때까지 3세대가 지나야 했다. 컨테이너화와 원거리통신에 의해 구축된 전 세계 공급망으로 2차 세계화 물결이 들이닥친 것은 그보다 훨씬 뒤인 1990년의 일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곧 2차 반세계화를 보게 되는 걸까. 대답은 거의 분명한 ‘그렇다’이다. 우리가 알던 세계화에 중요한 변화가 오겠지만 많은 경제 전문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세계 교역의 급격한 축소다.

블라디미르 푸틴의 잘못된 정복 전쟁은 우크라이나산 밀 수출은 물론 러시아산 물품의 수출 중단을 의미한다. 러시아의 오일과 천연가스 수출이 얼마나 축소됐는지는 확실치 않다. 유럽은 그들이 의존하는 물품의 수입 제한을 꺼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은 천연가스의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아마도 독자들은 푸틴의 전쟁이 자동차 생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리라고는 예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동차에는 와이어 하네스라고 불리는 특수 부품이 필요하다. 유럽은 자동차 동력 및 신호 전달 장치의 핵심 부품인 와이어 하네스를 주로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

하지만 러시아를 국제적 불량 국가로 만든 푸틴의 결정 자체만으로는 세계 교역의 급격한 축소를 초래하지 못한다. 세계 물품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중국이 수출을 중단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러시아는 중국이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이 중국의 무력 행사 의지를 부추기지 않았으나 그쪽에서 세계화에 영향을 줄 만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푸틴은 ‘예스맨’들로 둘러싸인 독재자가 다스리는 국가는 믿을 만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아니라는 사실을 재차 일깨워줬다. 중국과 서방의 대립은 경제적으로나 군사적으로 엉뚱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랬다. 단적인 예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규모 자본 이탈이다.

만약 지금 당신이 기업 경영자라면 필요한 물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지속적으로 구입할 수 있으리라는 가정 아래 독재 정권에 기업의 미래를 거는 것이 과연 현명한 일인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법치를 존중하는 국가로 생산 시설을 돌리게 되면 몇 %의 추가 경비가 발생하겠지만 안정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우리가 곧 목격할지 모를 세계화의 부분적 후퇴는 나쁜 것일까. 물론 부유한 선진국은 다소의 손실을 입을 것이다. 영국은 1913년 이후 국제무역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제성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수십 년에 걸쳐 경제적 진전을 이룬 국가들에 미칠 파장은 심각한 우려를 자아낸다. 의류 수출로 경제적 성과를 이룬 방글라데시 같은 국가들의 경우 세계시장 접근이 차단되면 또다시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1차 세계대전의 교훈을 재학습하고 있다. 세계화의 이점은 늘 전쟁과 독재자들의 변덕이라는 위협에 취약하다. 세계를 더욱 풍요로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지구촌의 안전부터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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