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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권 '포도' 등…간송의 귀한 문화재 32점 전시로 만난다

간송미술관 보화각 8년만의 기획전

'보화수보' 보존처리 유물 8건 32점

현재 심사정이 그린 '삼일포'. 군데군데 눈처럼 찍힌 흰 점은 벌레가 갉아먹은 충식(蟲蝕) 흔적이다. /사진제공=간송미술관




간송 전형필이 수집한 문화유산의 ‘보물창고’인 성북동 간송미술관 보화각이 8년 만에 전시를 열고 관람객을 맞는다.

간송미술관은 지난 2014년 10월 추사 김정희의 작품을 모은 기획전을 마지막으로 수장고 신축 등을 이유로 휴관해 왔다. 간송미술관 ‘보화각’은 1938년에 건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사립미술관으로, 지난 2019년 국가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1971년부터는 매년 봄·가을 정기 전시를 열어 귀한 문화재를 보려는 관람 대기줄이 큰 길까지 뻗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하곤 했다.

모처럼 기획된 이번 전시에는 8건 32점의 문화재가 나왔다. 간송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문화재청의 ‘문화재 다량소장처 보존관리 지원사업’을 통해 보존 처리된 작품들로만 선보였다. 전시 제목도 ‘보화수보(寶華修補)’. 선조가 남긴 귀한 문화재를 수리해 보존했다는 의미다.

1452년 초간본으로 추정되는 '매헌선생문집'이 처음 공개돼 간송미술관 전시에 나왔다. /사진제공=간송미술관


570년 된 조선 초기 문집인 ‘매헌선생문집’이 최초로 공개됐다. 여말선초의 문인 매헌 권우(1363~1419)는 정몽주의 제자이자 정인지의 스승이었다. 백인산 간송미술관연구실장은 “매헌선생문집은 1452년 발간한 초간본으로 추정되며, 현존하는 조선 초기 문집이 극히 희소해 존재 자체로 귀중한 문화재”라며 “훗날 1722년 간행된 중간본과 비교하면 몇몇 장이 고의로 훼손됐는데, 정치적 민감한 사안 등을 의도적으로 감추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훼손된 것도 역사적 사실로 남겨야 했기에, 찢어진 원형 그대로 보존처리 됐다.

조선 후기의 서화 수집가 석농 김광국(1727~1797)이 자신이 소장한 귀한 그림들과 관련 글을 묶은 서화첩 ‘해동명화집’은 기존에 28점인 것으로 알려져 온 수록 그림 수가 30점으로 확인돼 전시에 나왔다. 조선 초 화가 안견의 ‘추림촌거’부터 18세기 원명유의 ‘도원춘색’ 등이 담긴 화첩이다. 해체 수리 과정에서 그간 간송미술관에 족자 형식으로 전해오던 조맹부의 ‘엽기도’, 쪽그림으로 전하던 조영석의 ‘노승헐각’ 2점이 해동명화집에 수록된 발문 내용과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신사임당의 '포도' /사진제공=간송미술관


5만원권 지폐 도안에 실린 신사임당의 ‘포도’ 그림도 원작으로 만날 수 있다. 포도를 잘 그린 것으로 유명한 신사임당은 먹의 농담을 적절히 활용해 싱그럽게 익어가는 포도알의 형태를 묘사했다. 신선과 선승을 그린 ‘도석화’로 으뜸인 단원 김홍도의 ‘낭원투도’가 눈길을 끈다. 신선의 복숭아를 세 번이나 훔쳐먹어 삼천갑자를 살았다고 하는 동방삭이 서왕모의 복숭아를 훔쳐오는 장면이다. 중국풍 신선이 아닌 평범한 얼굴의 한국적 인물로 묘사한 것에서 김홍도의 기량을 엿볼 수 있다. 더벅머리에 맨발인 사내가 너털웃음 지으며 달을 가리키는 탄은 이징의 ‘문월도’는 현실의 시름을 잠시 잊게 한다. 현재 심사정이 금강산 실경을 보고 그린 ‘삼일포’는 벌레가 종이를 갉아먹은 충식(蟲蝕)의 흔적이 눈 내린 장면처럼 운치를 더한다.

이번 전시를 끝으로 보화각은 노후한 건물의 보수 정비 공사에 돌입한다. 공사 전 보화각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6월5일까지 열린다.

김홍도의 '낭원투도' /사진제공=간송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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