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반도체 등 한국 경제의 전략 산업이 중국의 거센 추격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기업인 CATL은 지난해 세계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32.6%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의 점유율 합계(30.4%)보다 많다. 중국의 또 다른 배터리 회사인 BYD도 올 1~2월 점유율을 전년 동기보다 2배 수준인 11.9%로 끌어올렸다. 중국산 배터리는 한국산과 비교해 가격이 30%가량 저렴한 데다 기술 경쟁력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에서도 한국의 위상 약화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반도체 수입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이 미국의 대중(對中) 반도체 공급 규제 개시 직전인 2018년에 비해 5.5%포인트 줄었다. 반면 중국이 대만과 일본에서 수입한 반도체는 각각 4.4%포인트, 1.8%포인트 늘었다. 그러잖아도 한국이 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우위가 흔들리는 가운데 파운드리(위탁 생산) 등 시스템반도체에서는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파운드리 점유율은 대만 TSMC가 52.1%였고 삼성전자는 18.3%에 그쳤다.
경제 패권 전쟁에서 전략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려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은 과감한 투자를 하고 정부는 규제 혁파와 세제·금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 마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25일 “지금이야말로 20년 먹거리를 만들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이라며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차세대 원전(SMR), 방산·우주항공,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발굴과 육성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이날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백신 개발 기업에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규제를 풀어달라면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관건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대통령이 확고하고 일관된 의지를 갖고 실행에 나서야 미래 먹거리 전략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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