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먹튀’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가운데, 50대 커플 손님이 돈을 내지 않고 도망을 갔다는 자영업자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누리꾼의 공분을 샀다.
지난 1일 온라인상에는 "술집을 운영하는 호프집 사장입니다. 아직도 먹튀하는 인간들이 있네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서울 도봉구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사장 A씨에 따르면 지난 27일 밤 10시께 방문한 커플은 술을 주문한 뒤 '여기는 먹을 게 없다'라고 말을 하며 노가리를 시켰다. A씨는 "손님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이제 익숙해져서 기분도 안 나쁘다"며 "그런데 음식을 서빙한 후 자리에 없던 중년 커플이 '화장실에 갔겠거니'라고 생각했는데 20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을 둘러보니 도망갔더라"라며 "그날 장사는 다섯 테이블을 받고 그렇게 끝이 났다"며 황당함을 표했다.
가게 내 폐쇄회로(CC)TV 영상 속 커플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속삭이더니 여성이 먼저 소지품과 옷가지 등을 챙기고 일어났다. 이후 남성이 재킷을 입고 본인 소지품을 확인하고선 맥주를 따르는 직원 옆을 지나가면서 '화장실 비번이 뭐였더라'라고 흥얼거렸다.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형사는 지문 채취를 위해 문제의 손님들이 먹던 술병을 따로 빼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현장 감식반이 술병을 가져갔다. A씨는 "얼마 되지 않는 돈 때문에 혈세 낭비를 하는 것 같아 형사님에게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했더니, 형사님이 '사람 많고 장사 잘되는 번화가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다. 소상공인 힘든데 이렇게 기름을 부으면 되겠느냐'며 위로해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항상 손님이 우선이라 생각하고 장사했다"며 "너무 괘씸하고 화가 나 눈물이 난다. 거리두기로 대출 받아 겨우 버티며 어떤 손님이 와도 웃는 모습으로 반겨드리려 노력했는데, 이번 일로 떳떳하고 양심 있는 손님이 화장실을 갈 때도 힐끗힐끗 쳐다보는 제 자신이 어이없고 비참해진다"고 털어놨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꼭 잡아서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 "안 그래도 경기가 안 좋은데 사장님들 괴롭히는 진상들 좀 없어져라" "추잡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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