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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공정거래 동의의결제도 활성화 돼야

김형배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공정거래위원회의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의 대부분은 시정 명령과 과징금 부과다. 이러한 법 집행 방식으로는 중소사업자나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하고 경쟁 질서를 회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피해를 구제받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과 별도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소송에는 상당한 비용과 기나긴 시간이 소요된다. 위반 행위 중지와 향후 금지를 명하는 소극적인 법 집행 방식은 법 위반 재발을 막는 데도 효과적이지 못하다.

전통적인 법 집행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는 제도가 동의의결제도다. 동의의결제도란 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사업자가 스스로 원상회복, 소비자 피해 구제, 거래 질서 개선 등의 시정 방안을 제안하고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 수렴을 거쳐 제시된 시정 방안의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사건을 신속하게 종결하는 제도다. 동의의결제도는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된 후 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선진 경쟁 당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동의의결제도는 공정거래위원회, 법 위반 혐의 사업자와 사업자 단체, 그리고 피해 사업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용한 제도다. 공정거래위원회 입장에서는 신속한 사건 처리를 통해 행정력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신속한 사건 처리에 따른 불확실성 제거, 평판 훼손 최소화 등의 효과가 크다. 피해 사업자와 소비자 입장에서도 손해 보상, 가격 인하 등 직접적이고 다양한 시정 방안으로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가능하다.

2020년 남양유업의 대리점에 대한 갑질 행위가 동의의결로 처리됐다. 동의의결 내용에는 중요한 거래 조건 변경 시 대리점 단체와의 사전 협의 강화, 순영업이익 공유, 자녀 대학 장학금 제도 확대, 장기 운영 대리점 포상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거래 질서가 개선되고 대리점들에 실질적으로 혜택이 돌아갈 수 있었다. 이 사건이 동의의결로 처리되지 않았다면 소송으로 남양유업과 공정거래위원회 모두에게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될 게 뻔하다. 피해를 입은 대리점들도 별도의 소송을 제기해야 돼 자칫 소송 비용만 들고 피해를 구제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의의결제도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을 봐준다는 비판과 이행 관리 부실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도 동의의결제도를 적극 홍보하기 어려웠고 기업조차도 신청을 꺼리게 됐다. 2011년 제도 도입 후 현재까지 17개 사업자가 신청했으며 9건이 받아들여졌다. 신청 건수가 연평균 2건도 안 될 정도로 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해 안타깝다.

미국·유럽 등에서는 경쟁법 집행의 대부분이 동의의결로 처리되고 있다. 동의의결이 경쟁 당국과 기업 및 소비자 모두에게 유용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과 불신이 해소돼야만 동의의결제도가 활성화될 수 있다. 동의의결의 혜택이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에도 돌아가고 체계적인 이행 관리를 통해 제도의 신뢰성이 높아져야 한다. 지난해 5월 공정거래법령의 개정을 통해 동의의결 이행 관리 업무가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 위탁됐다. 이행 관리 기관으로서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이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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