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저지를 위해 마지막 키를 쥔 문재인 대통령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의 두 축인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3일 공포될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만이 사실상 마지막 변수로 남았기 때문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이날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검수완박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요청해달라”는 취지의 건의를 담은 공문을 보낼 예정이다. 검찰 안팎에선 3일 국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처리되는 직후 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형사사법체계의 운명을 좌우할 법안이 처리되기까지 하루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의 시계는 급박히 움직이고 있다.
대검은 전날에도 법제처에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정부입법정책협의회(협의회) 소집을 요청했다. 대통령령인 법제업무운영규정에 따르면 의원발의 법률안의 주관기관·소관기관 장은 정부입법과정에서 법리적 이견으로 입법이 지연되거나 정부의견의 통일을 위해 법제처장에게 해당 사안을 협의회에 상정해 줄 것을 요청할 수 있다. 협의회에서 각 부처 간의 협의를 거쳐 의원입법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검수완박 법안은 내용과 절차 면에서 위헌·위법적인 쟁점들이 있는 만큼 협의회를 열어 검찰 등 관계부처는 물론, 대한변호사협회와 학계 등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다.
다만 이미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청법 개정안이 의결된 만큼, 뒤늦게 협의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을 논의하더라도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법제처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부입법정책협의회는 관련부처의 통일된 의견을 국회에 전달하기 위한 사전 절차로, 이미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에 대한 거부권을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며 “법률안의 주관기관 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볼지, 검찰총장으로 볼지도 불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법제처 고위직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부입법정책협의회는 통상적으로 정부입법안을 다뤄왔고, 의원입법안을 대상으로는 열린 적이 거의 없다"며 “이미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서는 실익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국회 입법에 대한 도전으로 비쳐질 수 있어 법제처가 소집할 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법조계에서는 대검이 ‘협의회 카드’를 꺼낸 배경을 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압박하기 위한 데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제처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관련 부처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헌법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낸다면 비록 국회에 입법권이 있더라도 해당 입법의 부당성을 선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법안을 공포하는 대통령에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제처 관계자는 “현재 대검에서 전달한 내용을 토대로 협의회를 개최할 수 있을지 관련 규정을 검토 중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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