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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지 않은 어린이 '한번 더' 안고 놀아주세요"

'어린이날 100주년' 이상경 한국방정환재단 이사장

새로운 문명·세상 이끌 우리 희망

행복 지수 OECD 가입국 중 꼴찌

세상서 일 가장 많이 하는 부모들

무슨 기운으로 자녀들과 놀 수 있나

절대 도움 절실한 주변도 돌아봐야

이상경 한국방정환재단 이사장




“어린이가 행복해지려면 부모와 같이 밥 먹고 노는 시간이 늘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럴 수 없죠. 세계에서 가장 일 많이 하는 부모가 무슨 기운으로 웃으며 애들과 놀 수 있을까요. 부모가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된다면 자녀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어린이는 결코 혼자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하루 앞두고 4일 서울 청파동 한국방정환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이상경(67·사진) 이사장은 “어린이의 행복을 어린이로만 국한하면 안 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현대리서치 대표이기도 한 이 이사장은 2006년 부친의 재산 일부를 기부하며 이사로 재단에 발을 담근 후 2008년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2019년 소파 방정환 선생 탄생 120주년을 기념해 총 5권으로 ‘방정환 전집’을 선보였고 2009년부터는 현대리서치,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와 함께 ‘어린이 행복 지수’를 만들어 매년 발표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어린이를 ‘새로운 문화와 문명을 새로운 세상으로 이끌어나갈 희망의 존재’로 정의한다. 암흑의 시절을 살아온 방정환 선생이나, 혁신과 도전이 필요한 현재의 우리나 어린이로부터 희망을 찾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미다. 그는 “마차와 등불이 모두였던 그 시절 기차나 전기를 상상했겠나. 또 20년 전까지만 해도 누가 스마트폰의 세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는가”라며 “어린이들을 내리누르기만 한다면 새로운 사상이 움틀 수 있는 여지는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어린이들이 자신을 행복하지 않은 존재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재단이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주관적 행복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 가입국 중 꼴찌다. 조금씩 개선되고 있었지만 코로나19가 다시 최하위로 끌어내렸다. 물론 이 이사장이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무조건 불행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어린이 행복 지수를 보면 가족과 친구 관계, 물질적 행복 등 주관적 행복을 제외한 나머지 항목들은 대부분 ‘톱5’ 안에 속해 있다. 그는 “가족 및 친구 관계가 나아지고 물질적 행복 수준이 높아진 것은 그동안 우리가 이룬 성과지만 주관적 평가가 최악이라는 점도 분명한 사실”이라며 “이제는 주관적 평가와 나머지 지수가 심각하게 편차를 보이고 있는 것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진지하게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상경 한국방정환재단 이사장


이 이사장이 주목하는 것은 또 있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이 어린이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족 돌봄의 부담을 혼자 다 떠안고 있는 주부나 홀로 지내는 노인, 일자리 부족에 허탈감에 빠진 청년 등도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 이 모든 것이 행복하지 않은 어린이를 양산한다는 것이다. 이 이사장은 “사회 곳곳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어떻게 어린이들이 행복할 수 있겠는가”라며 “행복도가 낮은 것과 자살률이 높은 것은 결코 다른 얘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어린이의 행복을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모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게 이 이사장의 평가다. 그래서 강조하는 게 ‘한 번 더’다. 그는 “온라인 게임, 스마트폰 중독에 빠진 아이들이라도 부모와의 관계가 좋으면 정상으로 돌아오는 회복 탄력성도 높다”며 “부모가 한 번 더 칭찬하고 한 번 더 안아주고 한 번 더 시간을 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어린이들이 행복한 세상에 살기 위해서는 내 자식뿐 아니라 주변에도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도 당부했다. 폭력과 폭행·성범죄로부터 모든 아이들을 보호하지 않으면 다른 어린이는 물론 내 아이도 행복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어린이 선언문 새로 쓰기를 하기 위해 설문 조사를 하다 보니 ‘밥을 충분히 먹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형편이 어려워진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가정 파괴가 일어나고 있는데 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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