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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쪽방촌의 어버이날 “찾아오는 가족은 없어요. 이웃이 가족이죠”

돈의동 쪽방촌 주민들 “가족과 연 끊긴 이들 많아”

이웃들과 돈독한 관계 형성…“새로운 가족 만들어”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주민들이 6일 쪽방촌 골목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신원 기자




“자식들이 있긴 한데 어버이날이어도 안 올 거예요. 대신 이웃들이랑 얘기하고 지내야죠.”(쪽방촌 주민 안홍식 씨)

“여기 사람들은 가족이 없는 경우가 많아요.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가족이랑은 연이 끊어져 다들 혼자죠.”(쪽방촌 주민 이정자 씨)

어버이날을 앞둔 6일 서울경제 취재진이 찾은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은 연휴의 들뜬 분위기를 찾아볼 수 없이 여느 때처럼 차분한 분위기였다. 인근 종로3가 탑골공원, 익선동 거리의 북적이는 분위기와 대비를 이룬 돈의동 쪽방촌 골목에는 열린 현관문 안으로 한 평 남짓한 쪽방이 줄줄이 자리해 있었다. 주민들은 마스크를 쓴 채 골목을 거닐며 서로 안부를 묻고, 주민이 키우는 강아지를 쓰다듬으며 웃음소리가 들려오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위치한 한 쪽방의 모습. 이건율 기자


쪽방촌 주민들은 찾아오는 가족이 없어 어린이날·어버이날 징검다리 연휴도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쪽방촌 골목에서 만난 주민 박 모(80)씨는 “애들이 있지만 안 온 지 좀 됐다. 다들 그렇게 사는 것 아니겠냐”면서 “손자 손녀도 있는데 용돈 주기도 힘들어 차라리 안 오는 게 낫다”고 말했다. 골목에서 주민들과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던 쪽방촌 토박이 주민 안홍식(76)씨는 “자식들이 있지만 연휴에 오지는 않을 것 같고 혼자 있을 예정”이라며 “딱히 연락도 하지 않고 다들 알아서 잘 살고 있겠거니 하는 거다”라고 털어놨다. 쪽방에서 마주친 박수진(74)씨도 “딸이 하나 있는데 결혼한 이후에 안 보고 있다”며 “이젠 굳이 연을 이어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체념한 듯 말했다.

쪽방촌의 주민들은 열악한 가정환경, 노숙, 전과자 등 힘든 배경을 가진 이들이 많다. 쪽방촌에 오기까지의 경험으로 인해 기존 가족과는 연이 끊긴 이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쪽방 이웃들과 돈독한 유대감을 쌓으며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날 쪽방촌 골목에서는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오늘은 꼭 집에 제때 들어오라”거나 “함께 동네를 걸으며 운동을 한다”며 서로를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민 안 씨는 “동네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친하게 지내서 치매도 안 걸린다”면서 “코로나에 걸리거나 건강이 안 좋아지는 때도 서로 챙겨준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돈의동 골목 게시판에 6일 ‘스마트폰 교육’, ‘4차 코로나 백신 일정 안내’ 등 게시물이 부착돼 있다. 이건율 기자


거리두기 조치가 완화되면서 쪽방촌 주민들은 야유회, 스마트폰 교육, 인문학 강의 등을 통해 이웃 간 유대관계를 형성할 기회가 늘어 들뜬 모습이었다. 최선관 돈의동 쪽방상담소 실장은 “코로나 전에는 주민들끼리 야유회를 가기도 했는데 지난 2년 간은 그런 것들이 뜸했다”면서 “거리두기가 해제돼 주민들에게 다시 야유회를 가자고 말하니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설명했다.

최 실장은 “열악한 가정 환경에서 자라는 등 힘들게 살아온 분들이 많다”면서도 “쪽방촌 사람들이 서로 챙겨주고 교류하며 이곳 만의 커뮤니티를 만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이전에는 각자 음식을 하나씩 들고 와 식사를 함께하는 자리도 많았다”며 “거리두기가 해제됐으니 그런 교류가 다시 늘어날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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