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10일 공식 출범한 가운데 각계각층의 국민들은 윤 대통령이 이전 정부에서 해결하지 못한 여러 과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에게 임기 5년 동안 갈등보다 통합을 지향하고 공정과 상식의 원칙을 바로 세워 달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소상공인은 코로나19 피해에 따른 손실보상금의 온전한 지급, 상가 임대차보호법 강화 등을 기대했다. 2030세대는 육아 지원 정책, 능력 위주의 승진·보상 체계 등을 주문했다.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나라’ 만들어 달라=“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며 검찰총장직을 던진 후 1년 68일 만에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으로 취임식 단상에 선 윤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에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서울경제가 다양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취합한 결과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약속했던 공정과 상식의 가치를 지켜주길 바라는 이들이 많았다. 예술계 종사자인 한 모(35) 씨는 “취임 전 인사청문회로 매일이 시끄러운데 공정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지 의심이 든다”며 “공직에 오를 자격이 없는 인물은 과감히 배제하고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인물을 기용하길 바란다”고 했다.
일자리 정책·공약 이행에 있어서도 공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40대 공무원 A 씨는 “공약으로 내세운 군인 200만 원 월급제는 누구나 공감할 만한 공정한 정책이라기보다는 포퓰리즘”이라며 “9급 공무원, 특히 이제 막 시작하는 여성 공무원들의 실수령액을 보면 매달 평균 200만 원에 미치지 못하는데 이들이 느끼는 박탈감을 생각해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취준생 박 모(26) 씨도 “많은 사람들한테 동일하게 일자리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며 “사람을 공정하게 뽑아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기회를 뺏기는 피해를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경남 양산시에 거주하는 김 모(58) 씨는 “새로운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것은 없고 부디 퇴행하지 않기만을 바란다”면서 “부디 검찰 대통령이 아닌 국민의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과제 산더미' 경제부터 바로 세워주길=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로 13년 만에 최고를 찍고 집값은 조정 구간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무주택자에겐 ‘그림의 떡’인 상황에서 국민들의 바람은 경제 안정에 초점이 맞춰졌다. 직장인 이 모(28) 씨는 “제발 집값 좀 내려 달라”면서 “새로 직장에 들어가서 직장 근처로 집을 알아보는데 대출을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전기공사업자인 60대 후반 B 씨는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신규 발주량이 거의 사라졌고 수만 개의 하청 업체들이 고사 직전”이라며 “한전은 물론 하청 업체들도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입은 피해를 온전히 보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옥희 건대 상인회 회장은 “소상공인 손실보상을 많이 해주고 임대차보호법을 잘 정비해 달라”면서 “코로나19가 끝 무렵에 들어서면서 조금 나아질 만하니까 임대료가 많이 올랐다”고 주장했다. 고장수 전국카페연합회 대표는 “윤 대통령의 후보 시절 민생 공약 1호가 손실보상이었고 많은 자영업자들이 이를 믿고 투표를 했는데 인수위는 이제 와서 차등 지급을 하겠다고 한다”면서 “약속했던 손실보상이 여야 합의로 온전히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 정부가 주목할 것은 공정보다 불평등”이라면서 “심각한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무엇을 할지 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남녀·세대 간 갈등 넘어선 화합의 정치해야=대선 과정에서 부각된 각종 갈등은 코로나19 거리 두기 해제로 출근이 확대되면서 대면 모임, 회식 등에서 점차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외국계 기업 HP에서 근무하는 40대 과장 C 씨는 “비대면 일상화는 단순히 마스크를 벗는 것을 넘어 앞으로 사회에서 다양한 계층이 어떻게 화합하고 소통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방식에 대한 고민을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어찌 보면 먹고사는 부동산 같은 경제 문제를 넘어 더 시급한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30대 대학원생 서 모 씨는 “지난 대선 때도 표심이 성별·세대별로 나뉘는 게 문제로 지적되지 않았었나”라며 “대선이 끝나고 나니까 그런 문제는 쏙 들어갔다. 정말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들여다보고 논의가 되고 해결책을 들여다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40대 변호사 D 씨는 “문재인 정부는 고소득자-저소득자, 대기업-중소기업 등 중간 없이 편 가르기 하는 기조가 강했는데 새 정부는 어느 특정 집단을 비난하지 않는 그런 자세를 지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청년이 희망 가질 수 있는 사회 되길=교육 업계에서는 국가의 백년지대계인 교육정책을 잘 마련해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육정책이 이념 실현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경계해 달라”면서 “정파와 이념을 떠나서 학생과 나라의 미래를 바라보고 정책을 입안해 추진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이장원 교사노조연맹 대변인은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내로 줄이고 유치원 교육의 공교육화·무상교육화를 질서 있게 추진했으면 좋겠다”면서 “고교학점제가 추진되고 범위를 넓히고 있는데 제대로 하려면 시설과 교원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출산 후 육아 휴직 중인 직장인 신해수(32) 씨는 “맞벌이를 해도 육아휴직을 하니깐 월급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는데 육아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되면 좋겠다”면서 “나아지고 있긴 하지만 남성들의 경우 육아휴직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이런 문화도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공무원 준비생인 강지민(28) 씨는 “공무원으로 취업이 집중되는 현상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티오를 줄이는 일차원적인 방법이 아니라 취업 시장 자체를 전면적으로 활성화시켜줬으면 한다”면서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및 근무 환경 개선이나 20대 청년들의 취업 준비를 위한 지원 혜택 등이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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