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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서 울려퍼진 韓 전통 사찰의 반야심경

■불교 성지 부다가야에 '분황사' 준공

대웅보전 중심으로 수행관·도서관·식당 등 갖춰

韓불교 세계화 전당 역할…"순례자 위한 안식처"

21일(현지시간) 인도 북동부 부다가야에서 열린 한국 전통 양식의 사찰 분황사 준공식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왼쪽 11번째) 등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조계종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보리사바하(가자 가자 넘어 가자, 모두 넘어가서 무한한 깨달음을 이루자).”

21일(현지시간) 오전 9시10분 ‘붓다의 성도지’로 잘 알려진 인도 북동부 비하르주 부다가야에서는 국내 사찰에서 아침 저녁으로 예불할 때 암송하는 ‘마야반야바라밀다심경(반야심경)’이 한국어로 울려 퍼졌다. 바로 한국 전통 양식의 첫 인도 사찰인 분황사 준공식 자리였다. 분황사는 2600년전 부처가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은 마하보디 대탑에서 불과 300m 떨어진 곳에 들어서 있어 한국 불교 세계화와 전통문화 전파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불교계 입장에서는 해방 이후 한손에 꼽을 수 있는 역사적인 불사이다.

이날 자리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한 종단 스님들과 불자 등 150명, 장재복 주인도 한국대사, 인도 연방 및 비하르주(州) 정부 관계자, 현지 수행 승려 등 총 500명이 참석해 낙성의 기쁨을 나눴다. 분황사는 신라 선덕여왕이 창건한 국내 사찰에서 이름을 따왔다.

부다가야는 불교 최대의 성지다. 마하보디 대탑 주변 2㎞반경에 일본, 태국, 미얀마, 티벳 등이 각국의 불교적 특성을 살려 세운 220개 가량의 사찰이 들어서 있다. 반면 한국은 변변한 전통 사찰 하나 없어 대승불교의 요람이라는 국제적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약 6600㎡(2000평) 부지 위에 한국 전통 양식으로 지은 대웅보전을 중심으로 전 세계 수행·순례자를 위한 수행관, 도서관과 식당까지 갖췄다.





원행스님은 치사에서 “분황은 푼다리카, 최고의 연꽃인 백련을 의미한다. 처염상정(處染常淨)의 표상인 하얀 연꽃이 이곳 부다가야에 만개했다”고 크게 반겼다. 이어 “분황사는 순례자를 위한 안식처이며, 수행자를 위한 더없는 아란야(阿蘭若·절)가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한국불교가 세계와 함께하는 전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찰은 원행스님이 추진해온 ‘백만원력 결집’ 불사의 첫 성과이기도 하다. 분황사는 2019년 12월 법명이 설매·연취보살인 두 여성 불자가 50억 원을 종단에 희사한 것을 계기로 건립이 본격 추진됐다. 통도사 청하문도회도 약 30억 원 상당의 사찰 부지를 기증하며 힘을 보탰다. 준공식에 참석한 설매·연취보살은 “분황사를 짓는데 동참하게 돼서 불자로서 행운”이라며 “말로는 표현을 못하겠고 속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면서 눈물이 계속 난다”고 감격해 했다.

21일(현지시간) 인도 부다가야 분황사 경내에서 열린 보건소 착공식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왼쪽 여섯번째) 등 참석자들이 첫삽을 뜨는 가운데 축하 꽃이 뿌려지고 있다./사진제공=조계종


2020년 10월부터 시작한 분황사 건립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가뜩이나 현지 건축 기술의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지난해에는 인부 25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다. 또 혹서기에는 기온이 50도에 가까운 폭염이 덮치고 우기에는 분황사 예정 부지와 주변으로 물이 차 올랐다. 한국에서 주로 쓰는 목재 대신 습한 기후에 잘 견디는 철근과 콘크리트를 쓴 것도 이 때문이다.

분황사 건축을 총괄한 도편수 박철수(67)씨는 “한번은 제가 열나고 설사를 해서 코로나에 걸린 줄 알았다. 이러다 죽겠다, 싶었지만 부처님 집을 짓는다는 사명감에 유서까지 미리 써놓고 다시 사력을 다했다”며 “1년6개월간 체중이 15㎏이나 빠졌을 정도였다. 다시 지으라고 하면 못 짓는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이날 조계종은 분황사 경내 지역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보건소 착공식도 봉행했다. 보건소 운영에 나서는 전국비구니회 회장 본각스님은 “보건소는 부처님이 경전에서 말씀하신 큰 공덕을 쌓는 일”이라며 “6000 비구니들 생애 한번은 이곳에 머물며 봉사를 펼치는 운동에 나서겠다”고 다짐했다. 장재복 주인도 대사도 기자들과 만나 “내년이 한국과 인도가 수교를 맺은 지 50주년인데, 양국 교류에서 불교와 불교신자가 큰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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