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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OCIO 펀드'의 오용

민주영 키움자산운용 퇴직연금 담당이사

민주영 키움투자자산운용 퇴직연금 담당이사 겸 연금금융 박사




갈라파고스 신드롬은 외부와 고립된 채 독자적으로 변형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통신 기업들의 휴대전화가 꼽힌다. 일본 통신 산업은 어느 나라보다 우수한 기술을 가졌지만 세계시장과 단절된 채 자국 시장에만 집중하다 결국은 국제적인 표준과 멀어지고 경쟁력도 약화됐다.

최근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바람이 거세다. 4월부터 시행된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적립금운용위원회 구성과 적립금운용계획서(IPS) 제정 의무화가 도화선이 됐다. 퇴직연금 운용이 한 단계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칫 ‘갈라파고스 신드롬’이 될까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OCIO는 ‘Outsourced Chief Investment Officer’의 줄임말로 우리말로는 ‘외부위탁운용’ ‘위탁자산 총괄운용’ ‘전담자산운용제도’라고 한다. 퇴직연금 가입 기업에 맞는 투자 정책하에서 자금 운용 및 위험관리 등을 전문 운용 기관에 위임하는 것이다. 퇴직연금제도 가운데 기업이 책임지고 운용하는 확정급여형(DB)에 주로 해당한다. 상당수 DB 가입 기업들은 소수의 재무팀이나 인사팀 임직원이 다른 업무와 병행하면서 퇴직연금 운용을 담당하고 있다. 적립금 운용에 대한 전문성이나 경험·시스템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DB형 적립금의 무려 95.2%(2021년 말 기준)가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편중된 배경이다. 이러다 보니 적립금 운용 수익률이 1.52%로 임금 상승률 7.5%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러다가는 퇴직연금이 점차 기업에 큰 부담될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 퇴직연금 시장에서는 저금리에 따른 수익률 하락, 내부 자원 부족, 위험 자산 투자 증가로 인한 위험관리의 필요성 등으로 이미 OCIO를 통한 퇴직연금 운용이 크게 확대됐다.

OCIO는 비단 외부 전문 운용 기관에 위임하는 것을 넘어 각 기업의 퇴직연금 상황에 맞는 적절한 자산 배분과 위험관리가 핵심이다. 기업마다 자금 사정은 물론 근로자의 직급이나 연령, 근속 기간, 퇴직률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른 목표 수익률이나 자산 배분, 위험관리도 달라야 한다. 이런데도 우리나라 퇴직연금 OCIO 시장은 여러 기업이나 심지어 개인이 함께 가입할 수 있는 공모펀드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아예 공모펀드의 한 가지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아직 OCIO 서비스가 제대로 인식되지 못한 상황에서 적립금 전부를 외부 위탁하기가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걸음마 단계에서 불가피한 점도 없지는 않지만 이러다가 자칫 OCIO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까 걱정된다. 게다가 지난해 대거 설정된 OCIO 공모펀드는 전 세계 자산 시장의 폭락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OCIO가 만능 투자 상품이 아니라 장기적인 퇴직연금 운용과 관리 과정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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