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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군 주둔 120년의 역사가 그대로…“이국적 풍광·대통령실 앞뜰 구경오세요”

청→일→미…외국군 주둔했던 오랜 ‘금단의 땅’

120여년만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공간으로

목조 전신주·50년대 건축양식서 세월 흔적 고스란히

서울 한복판에 미국 소도시 이국적 풍광 펼쳐져

흰색 바람개비가 맞이하는 대통령실 앞뜰, 관람 포인트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통령실의 모습. 전망대에서는 대통령실과 용산공원 내 야구장을 조망할 수 있으며 헬기와 특수 차량 등 대통령 경호장비를 관람할 수 있는 대통령실 앞뜰 방문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정부는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신용산역부터 대통령실 남쪽 구역을 지나 국립중앙방물관 북측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km 구간을 시범 개방한다./오승현 기자


우리 국민이 자유롭게 드나들지 못했던 서울 한복판의 ‘금단의 땅’ 용산공원이 오는 10일 속살을 드러낸다. 청일전쟁(1894년) 시기에는 청나라군과 일본군이 번갈아 주둔하고, 러일전쟁(1904년) 이후에는 일본군이 조선 침략을 정당화 하며 눌러 앉았으며 해방 이후에는 다시금 미 군정의 무대가 된 용산공원은 이번 시범개방을 계기로 120여년만에 제 주인을 다시 만나게 됐다.

지난 7일 오후 취재진이 방문한 용산공원은 사흘 후로 예정된 시범개방 준비를 대부분 마친 상태였다. 동서반경 2km, 남북반경 3km, 주변 둘레만 13km에 달하는 공간은 타임머신을 탄 듯, 역사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채 방문객을 맞이했다. 이번 시범개방을 통해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1950년~1980년대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다양한 미군 시설과 대통령실 앞뜰을 관람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전망이다.

용산공원 출입구인 14번게이트로 들어서면 1959년대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장군숙소가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장군숙소는 갈색 지붕과 굴뚝이 인상적인 단층 건물이다. 벽난로를 사용하는 미국 가정집의 특성을 반영해 지붕마다 굴뚝이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오랜 세월 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 향나무와 플라타너스 나무와 함께 느긋하게 미국의 소도시에 와 있는 느낌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미7사단 사령부가 사용하던 장군숙소 옆을 취재진이 걸어가고 있다.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장군숙소에는 무성한 나무 그늘 아래 방문객이 쉴 수 있도록 곳곳에 벤치가 배치됐다. 정부는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신용산역부터 대통령실 남쪽 구역을 지나 국립중앙방물관 북측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km 구간을 시범 개방한다./오승현 기자


길을 따라 이동하면 사우스포스트 구역을 가르는 교차로가 나타난다. 대통령실과 합동참모본부 등 안보핵심시설을 마주하고 있는 ‘대통령실 남측구역’은 너른 잔디밭 위에 꽂아둔 흰색 바람개비가 인상적이다. 취재진이 7일 방문했을 시기에는 대통령실 앞뜰에 경호장비가 설치되어있지 않았지만 시범개방 때는 헬기나 특수차량 등을 관람할 수 있도록 꾸며진다. 또한 대통령실 남측구역은 푸드트럭을 활용한 식음료 코너로 조성될 예정이다. 이곳에는 대통령실 앞뜰을 살펴볼 수 있는 전망대도 있다.

대통령실 남측구역을 지나 이동하면 배구 연습장과 학교 등 생활의 흔적이 남아있는 시설물을 만난다. ‘스포츠필드’로 불리는 이 구역 곳곳에 서 있는 목조 전신주와 미군기지 셔틀버스 정류장은 이곳이 최근까지만 해도 미군이 생활하던 곳이었다는 점을 강렬하게 드러낸다. 초고층 빌딩들이 마치 병풍처럼 공원을 둘러싸고 있지만, 공원 내부는 3층 이상의 건물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낮은 건물들만 모여있다는 점도 인상깊다. 이날 취재진에 용산공원의 역사적 의미를 설명한 문화해설사는 “미군과 미군가족의 주거지였던 용산공원은 마트와 병원, 호텔, 소방서 등 모든 것이 다 갖춰진 하나의 도시였다”며 “앞서 개방한 장교숙소 구역과는 또 다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용산공원은 오는 9월 임시개방을 통해 더 넓은 면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이는 미군기지 반환으로 돌아온 용산공원 전체 면적인 300만㎡의 10분의 1 수준인 40만㎡다. 국토부는 용산공원 시범개방 부지 곳곳에 경청우체통을 설치해 공원조성에 대한 국민의견을 청취한다.



서울 용산구 용산공원 내 전망대에서 바라본 대통령실의 모습. 전망대에서는 대통령실과 용산공원 내 야구장을 조망할 수 있으며 헬기와 특수 차량 등 대통령 경호장비를 관람할 수 있는 대통령실 앞뜰 방문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정부는 10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신용산역부터 대통령실 남쪽 구역을 지나 국립중앙방물관 북측에 이르는 직선거리 약 1.1km 구간을 시범 개방한다./오승현 기자


한편 용산공원 시범개방은 일부 구역에서 발견된 오염토양을 임시조치하고 국민들을 맞는다. 일부 환경단체는 앞서 대통령실 남측구역의 상당 구역이 석유계총탄화수소와 비소 등 독성물질로 오염되었다며 시범개방에 반대했다. 이에 대해 용산공원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오염토양에 묻혀있는 독성물질을 임시로 저감하는 조치를 취했으며, 공원관람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김복환 국토부 도시정책관 겸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장은 “언론을 통해 공개된 비소와 총탄화수소 검출량은 특정한 구역의 최고치일뿐, 평균적인 오염 수준이 아니다”라며 “또한 오염물질은 땅 속에 있는만큼 인체와 접촉되지 않도록 잔디와 아스팔트 등으로 임시 저감조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또 2시간으로 제한된 공원 관람은 인체에 전혀 유해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단장은 이어 “용산공원은 여전히 군사보안기지로 기능하고 있는 만큼, 모든 구역이 완전반환 되기 전까지 토양의 완벽한 정화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 반환일정에 맞춰 추가적인 저감조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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