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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초 노동현안 쓰나미…삐걱대면 '국정이슈' 모조리 삼킨다

[尹 정부 명운 걸린 노동 개혁]

<상> 대정부 투쟁수위 높이는 노동계

물가 치솟는데 최저임금·임금피크제·통상임금 등 난제

경영계 우려 큰 '중대재해법·ILO법' 등 해결도 가시밭

정부, 노사 갈등 풀어내지 못하면 '국정동력 상실' 위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포항지역본부 조합원들이 7일 경북 포항시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 앞에서 총파업 출정식을 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노동문제는 윤석열 정부의 향후 5년을 좌우할 핵심 이슈다. 노사 관계 등 비단 노동계 내부 이슈에 머무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가 만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승승장구했던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이 같은 사실을 본능처럼 잘 알고 있다. 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매달 대규모 장외투쟁으로 정부를 흔들고 협상력을 높이려는 이유다.

출범한 지 불과 한 달밖에 안 된 윤석열 정부 앞에는 해결해야 할 각종 노동 현안들이 켜켜이 쌓여 있다. 물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최저임금·임금피크제·통상임금 등 임금 문제를 필두로 중대재해법,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안, 공무원노조법 개정안, 교원노조법 개정안 등의 시행으로 노사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 부문에서 자칫 삐걱거릴 경우 모든 국정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노사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내지 못하면 국정 동력이 상실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고물가로 해법 찾기 어려워진 임금 난제=현재 진행 중인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급등한 물가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진통이 예상된다. 9일 최저임금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도 노사의 입장 차이는 극명했다. 고물가는 노사 모두에 큰 부담이다. 경영계는 기업 경영이 힘들다고 인상 폭 제한을, 노동계는 생계가 위협받는다고 인상 폭 확대를 주장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물가가 4.8%를 기록하며 2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뛸 것으로 예상했다.

최저임금은 노사정 합의 기구인 최저임금위에서 매년 결정하지만 사실상 정부의 의지가 간접적으로 반영된다. 최저임금 1만 원을 내건 문재인 정부 첫해에 최저임금이 전년보다 16.4%나 오른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업종별 차등화를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최저임금위가 차등화 도입 여부를 어떻게 결론 낼지 노사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파장을 가늠하기 어려운 노사 갈등의 뇌관은 임금피크제다. 지난달 대법원이 ‘임금 삭감만을 목표로 한 임금피크제는 무효’라고 판단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대법원과 고용노동부·경영계는 정년 유지형 임금피크제에 국한된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노동계는 제도 자체가 무효라며 재협상과 소송전을 준비 중이다. 이미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 노조가 대열에 가세했다. 지난해 6월 기준 300인 이상 기업 절반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만큼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 통상임금 소송은 산업계에 잠재된 폭탄이다. 최근 수천억 원대 소송전에서 노조가 잇따라 승소하면서 기업들은 줄소송이 잇따를 것이라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

◇늦어지는 중대재해법 개정…ILO 협약 발효로 강화된 노동권=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다섯 달이 지났지만 경영계와 노동계의 온도 차이는 극명하다. 경영계는 중대재해법이 형사처벌법인 만큼 애매모호한 조항이 명확하게 개정되지 않을 경우 법을 준수하기 어렵다고 호소한다. 노동계는 경영계의 요구대로 법이 개정된다면 제정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중대재해법 손질을 예고한 윤석열 정부는 현재 노사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다. 경영계는 정부에 속도감 있는 개선을 주문하지만 언제 개정이 이뤄질지 알 수 없다. 중대재해법 수사 속도가 빨라 법 개정 전 첫 재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연장 근로시간 규제 완화, 근로전환신청권 도입, 선택적 근로시간 정산 기간 확대,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도입 등 경영계가 바라는 방향의 대책을 예고했다. 하지만 노동계는 장시간 노동 시대로 퇴행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최근 제110차 ILO 총회에서 “노동시간 유연화, 성과급 임금체계 강제 도입 등 장시간 노동을 조장하고 양질의 노동을 저해하는 방침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영계는 4월 ILO 핵심 협약 3개가 발효되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3개 협약은 87호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 98호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29호 강제 노동 금지다. 협약들은 현행법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파업과 같은 단체행동권이 크게 확대됐다는 게 경영계의 우려다. 그러나 노동계는 제대로 된 협약 이행을 위해서는 현행 노조법을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ILO 핵심 협약의 해석을 두고 노사가 강하게 부딪힐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하투는 여느 해보다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는 윤석열 정부가 예고한 국정 방향이 노동계를 탄압한다는 표현까지 쓰면서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공공 부문 중심으로 정부에 강력한 요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며 “고물가에 현재 월급으로는 생활이 어려운 노동자가 늘어 단체 행동 범위가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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