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균 감염 이후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중증 결핵으로 진행되는 면역학적 기전과 원인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결핵 악화를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방법과 원리를 제시하면서 차세대 예방 백신 개발을 위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의료원은 연세의대 미생물학교실 신성재·권기웅 교수와 연세대 생명시스템대학 하상준·이인석 교수·강태건 박사 연구팀이 마우스모델을 통해 결핵 감염 이후 바이러스 감염으로 중증 결핵으로 진행되는 면역학적 기전과 핵심인자를 밝혔다고 13일 밝혔다.
결핵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말라리아와 함께 WHO(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3대 감염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20억 명이 결핵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질병관리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과거에 비해서는 결핵 유병률이 많이 하락했지만 여전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발생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한다.
특히 활동성 결핵 환자는 심각한 폐 병리를 수반한 중증 결핵으로 진행될 수 있다. 또한 다제내성 결핵균과 고병원성 결핵균이 증가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 유행 등으로 결핵 관리의 중요성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하지만 결핵 감염 이후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중증 결핵 진행 기전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결핵균에 감염된 마우스 모델을 확립하고 일부 마우스에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림프성 뇌수막염 바이러스를 동시 감염시켜 두 그룹간 결핵 진행 경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결핵균 단독감염군에서는 심각한 폐 병리가 관찰되지 않았으나 바이러스 동시감염군에서는 괴사성 육아종을 동반한 광범위한 폐 염증과 함께 매우 높은 수준의 결핵균 증식 소견을 보였다.
연구팀은 마우스모델의 폐 조직과 배수림프절에 대한 면역반응 분석을 통해 바이러스 감염을 원인으로 한 결핵 병리 악화와 과도한 결핵균 증식 기전을 확인했다. 분석 결과 결핵균에 노출된 이후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1형 인터페론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그로 인해 결핵균 제어에 필수적인 결핵균 특이적 T세포가 폐 조직 내에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결핵균 단독감염군과 바이러스 동시감염균 외에 바이러스 동시감염균에 1형 인터페론 수용체 중화항체를 처리한 환자군까지 세 그룹으로 분류해 폐 조직 면역세포들에 대한 단일세포 수준의 정밀 전사체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중화항체 처리군은 결핵균 단독감염군과 동일하게 바이러스 동시감염에 의한 악화된 폐 병리를 동반한 중증 결핵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를 통해 1형 인터페론이 폐 조직 내 특정 큰포식세포가 생산하는 케모카인 CXCL9과 CXCL10의 발현을 억제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CXCL9과 CXCL10은 활성화된 T세포를 림프절에서 감염조직으로 유입하는 것을 촉진하는 인자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케모카인의 감소는 활성화된 결핵균 특이적 T세포의 폐 조직 내 유입 감소로 이어지고 결핵균 특이적 T세포 유래 2형 인터페론도 감소시킨다. 결과적으로 결핵균의 활발한 증식을 제어하지 못하고 폐 면역병리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성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중증 결핵 유발 기전에 대해 규명할 수 있었다”며 “결핵 악화 기전을 규명함으로써 향후 중증 결핵으로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법 개발과 치료제 평가법은 물론 효율적인 결핵백신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선도연구센터사업, 보건산업진흥원 백신실용화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최신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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