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뒤 국내에서 활동하는 흉부외과 전문의가 1000명 밑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17일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심장수술 등 흉부외과 의료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전문의 배출이 줄고 급격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며 "의료공백이 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흉부외과 특별법'을 제정하고 정부 차원의 '흉부외과 및 필수의료과 대책위원회'를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흉부외과는 관상동맥질환과 대동맥질환 등 심혈관질환부터 선천성 심장병, 폐암, 식도암, 호흡기 관련 중환자 치료 등에 이르기까지 환자의 생명에 직결되는 질환을 수술로 치료하는 진료과목이다. 메르스, 코로나19 등 국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심장·폐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중증 환자에 대한 에크모(ECMO·체외막산소공급장치) 치료를 담당하며 사망을 막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했다. 현재와 같은 흉부외과 의료진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경우 국민 건강에도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학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회원으로 등록된 흉부외과 전문의 중 65세 미만의 활동 연령층은 1161명으로 집계됐다. 그 중 50대 이상 회원이 707명(60.8%)으로 전형적인 고령화 구조를 형성 중이다.
설상가상 '외과' 계열 대표적인 기피과로 인식되면서 전공의 지원율은 갈수록 줄고 있다. 2009년부터 흉부외과에 수가가산금을 지원하고 수련병원 정원이 대폭 줄었지만, 간신히 정원의 절반 정도를 채우는 실정이다.
김경환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은 "흉부외과 전국 수련병원 45곳의 전공의 정원은 45명인데 올해 지원자는 23명에 불과했다"며 "이대로 가다간 흉부외과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가 고갈될 것이 자명하다"고 토로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의력공백은 더욱 심각해 서울, 경기 등으로 이송돼야 흉부외과 치료를 받는 상황도 머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회는 이에 대한 대책으로 △흉부외과 및 필수의료과 대책 위원회(가칭) 설치 △흉부외과 위기에 대한 정부 주도 조사 △흉부외과 진료수가 합리화와 전공의 수련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비현실적인 수가 체계가 진료과목 붕괴를 부추기고 있어, 이를 뜯어고쳐야만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 이사장은 "현재 흉부외과 전문의는 1일 평균 12.7시간을 근무한다. 평균 5.1일의 휴식 없는 당직이 이어지면서 '번아웃' 현상이 심각하다"며 "흉부외과가 처한 현실은 의료의 근간을 해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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