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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안감 인사 번복의 진실…"우리 직원 실수"라던 경찰, 돌연 “행안부가 인사 번복”

서울경찰청 직장협의회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정부청사 앞에서 경찰국 설치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19시 15분께 치안감 보직 인사 명단이 경찰청 출입기자단에 공개됐다. 일반적인 업무 시간을 넘겨 발표된 인사 시점부터 이례적이었다. 조지아로 출장을 떠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귀국 시간에 맞춰 인사를 발표한 것으로 보였다. 발령이 나면 주위에 알리고 준비를 해야 하는 인사 대상자들에 대한 배려보다도 행안부의 ‘정무적’ 판단으로 심야 인사 발령을 낸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실제 인사 대상자들은 저녁 시간을 할애해 본인의 보직 이동 사실을 주변에 알리며 짐 등을 정리하고 있었다.

초유의 사건은 2시간 30여분 뒤 발생했다. 오후 22시가 다 돼 치안감 인사 수정안이 다시 기자단에 뿌려졌다. 인사 수정 배경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7명의 명단이 뒤바꼈다. 교체된 보직에는 경찰청 수사 라인의 양대 축인 수사과장 자리도 포함됐다. 이들은 영문도 모른채 당황해했다. 인사 번복 대상자인 한 치안감은 “수정된 인사안을 보면 내 커리어를 봤을 때 왜 이자리에 가야하는지 납득을 못하겠다”며 “연락을 받고 놀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치안감도 “갑자기 교체된 이유는 설명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경찰청은 “인사과 직원의 실수”라는 해명을 내놨다. 행정안전부와 경찰청 인사과가 치안감 인사 명단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청 인사과 직원이 최종 명단이 아닌 구버전을 올렸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해 경찰은 “행안부는 인사 번복과 관계가 없다”는 말까지 못박았다. 하지만 이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인사가 번복된 당사자들에게 취재한 결과 이들은 경찰청 인사과로부터 “행안부가 변경된 파일을 보내왔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귀띔해줬다. 이같은 취재내용이 기사화되자 경찰청은 다시 해명자료를 냈다. 1차 해명은 틀렸고 행안부가 수정된 명단을 다시 보내줬다고 답했다. 경찰청이 세시간 여만에 인사가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를 ‘우리 직원 실수’로 무마하려고 한 셈이다.

경찰은 행안부가 인사를 갑자기 번복한 이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경찰 통제를 추진하기로 한 윤석열 정부의 행안부가 승진 인사도 아닌 치안감 보직 인사부터 실력 행사에 들어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일엔 행안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경찰에 대한 인사·지휘·징계 권한을 행안부 장관이 가져야 한다는 권고안을 발표한 날이어서 이같은 의구심은 더욱 커져갔다. 하지만 경찰청이 본인들의 단순 실수로 초유의 인사 번복을 해명한 연유에 대해서는 납득할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찰 내 치안감 보직 자리 다툼이 인사 번복에 단초가 돼 경찰에서도 이를 인사과의 실수로 포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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