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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올려도 역부족…통화 방어에 비어가는 亞 달러 곳간

'강달러' 대응에 각국 비상

태국 14.2%·인도 7.9% 감소

'외환보유 2위' 日도 1년새 9%↓

"약세 흐름 반전시키기엔 한계

美 금리인상 멈춰야 환율 안정"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보유외환을 꾸준히 늘려온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액이 지난 수개월 새 빠르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달러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자국 통화 가치가 급락하자 보유외환까지 풀어 환율 방어에 나선 것이다. 강달러에 맞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앞다퉈 금리를 올리며 통화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이른바 ‘역(逆)환율전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금리 조절만으로는 외화 유출을 막기 어려운 신흥국들이 마지막 보루인 외환보유액까지 동원하면서 이들 국가가 자칫 위기에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태국의 외환보유액은 이달 17일 기준 2214억 달러로 2020년 4월 이후 약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역대 최고치였던 2020년 연말 보유액(2581억 달러)과 비교하면 14.2%나 줄어든 규모다. 인도네시아의 외환보유액 역시 5월 말 기준 1356억 달러로 떨어져 2020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세계 10위권 외환보유국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상황이 다르지 않다. 세계 2위 외환보유국인 일본은 4월 외환보유액이 1조 195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해 7월(1조 3190억 달러)에 비해 9.4% 줄었다. 4위 인도 역시 이달 17일 보유외환이 지난해 9월(6420억 달러)보다 7.9% 줄어든 5910억 달러에 그쳤다. 아홉 번째로 많은 외환을 보유한 한국도 5월 기준 4477억 달러로 최근 1년래 외환보유액이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이들 국가의 외환보유액이 줄줄이 감소세를 보이는 것은 자국 통화 가치 방어 때문으로 풀이된다. 스위스 감마자산관리의 라지브 드멜로 포트폴리오매니저는 “일부 국가는 환율이 과도한 움직임을 보일 때 이를 방어하기 위해 보유외환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이 올해 들어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등 초저금리에 머물던 선진국들이 줄줄이 금리를 올리자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인도 루피화는 27일 현재 1달러당 78.35루피에 거래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태국 밧화 가치는 올해 들어 달러화 대비 5.7% 하락했다. 필리핀 페소화는 이달 24일 1달러당 54.9페소로 통화 가치가 2005년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보였다. 튀르키예(터키)는 리라화 가치가 지난해 초 1달러당 7.5리라에서 최근 16리라 수준까지 오르면서(통화 가치 하락) 보유외환을 지속적으로 푼 결과 최근 순외환보유액이 마이너스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외환위기에 바짝 다가선 모양새다. 급기야 튀르키예 정부는 이달 24일 1500만 리라 이상의 외화를 보유한 기업의 대출을 금지하는 규제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흥국 역시 통화 가치 약세로 가장 먼저 꺼내든 카드가 금리 인상이다. 인도의 경우 2018년 8월 이후 3년 9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종전 4%에서 4.4%로 인상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주요 38개국·지역에서 이뤄진 금리 인상은 총 80차례인데 이 가운데 신흥국 비율은 75%(60차례)에 달한다. 하지만 미국의 ‘자이언트스텝’에 맞서 환율을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일본의 경우 ‘나 홀로’ 양적완화를 고수하느라 엔저가 점차 심화하는 실정이다. 엔화 가치는 앞서 22일 달러당 136엔대 후반에 거래되며 2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달 14일 105.52로 연내 최고치를 기록한 후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보유외환까지 동원한 통화 방어책이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프레데릭 뉴먼 HSBC 아시아경제연구소 공동책임자는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환율을 조정하기 위해 금리 인상 같은 거대한 바람에 맞서고 있지만 통화 가치 약세 흐름을 반전시키려면 연준의 긴축 종료처럼 더 많은 조건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마무리돼야 달러 가치가 떨어지고 반대급부로 다른 국가들의 통화 가치가 오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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