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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인플레 4% 육박 '금융위기 수준' 위협…빅스텝 가까워졌다

6월 3.9%로 10년 2개월來 최고

한달새 0.6%P↑ 역대 최대폭 상승

유가·외식비에 체감물가 오른 탓

임금·물가 연쇄 상승 우려도 커져

7월 기준금리 0.5%P 인상에 무게

소비심리 위축…CCSI 100 아래로

교역조건도 14개월 연속 악화

28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연합뉴스




향후 1년 뒤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일반인 기대 인플레이션이 3.9%로 한 달 만에 0.6%포인트 올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8년 7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가장 우려했던 기대 인플레이션 불안이 현실화하면서 ‘임금·물가 연쇄 상승’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꺾기 위해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사상 첫 ‘빅스텝(0.50%포인트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6월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3.9%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상승했다. 역대 최대 상승 폭으로 2012년 4월(3.9%)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4%를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던 2008년 6월∼2009년 7월(최고 4.6%),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2011년 4월∼2012년 3월(최고 4.3%) 두 기간뿐이다. 이번에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4%를 돌파해 당시 최고점을 깰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1년간 물가 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물가 인식도 4.0%로 전월 대비 0.6%포인트 올라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오르고 국제 식량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등이 이어지자 물가가 당분간 오를 것으로 보는 심리가 강해진 것이다. 특히 외식비를 비롯한 체감물가 상승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했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팀장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이 과거에 비해 속도가 빨라 물가가 5% 이상 오를 것으로 보는 답변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물가가 계속 오른다는 생각이 들면 가계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기업은 이를 제품 가격에 전가해 물가가 다시 오르는 ‘임금·물가 악순환’이 반복돼 나타날 수 있다.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실제 물가 상승세를 꺾어야 하는 만큼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금리 인상 속도다. 한은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빅스텝에 신중한 입장이었다. 하지만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물가 상승률이 6%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빅스텝을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빅스텝을 하지 않고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에 그치면 오히려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중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빅스텝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블룸버그가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금융시장 금리를 바탕으로 추산한 결과 시장 참가자들은 한은 기준금리가 6개월 뒤 3.0%에 이를 것으로 봤다. 연말 3.0%가 되려면 빅스텝 한 번을 포함해 남은 금통위에서 모두 금리를 올려야 한다. 신영증권도 기대 인플레이션 급등 등을 근거로 “다음 달 금통위의 0.50%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소비심리도 위축되기 시작했다.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4로 전월 대비 6.2포인트 하락했다. 해당 지수가 100보다 높으면 장기 평균(2003∼2021년)과 비교해 소비심리가 낙관적이라는 뜻이다. CCSI가 10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97.2) 이후 1년 4개월 만에 처음이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교역 조건도 14개월째 나빠졌다. 5월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85.33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6% 하락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상품 한 단위 가격과 수입 상품 한 단위 가격 비율을 보여주는 지표다. 5월에 물건 하나를 수출하고 받은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물건은 0.85개라는 의미다. 교역 조건이 나빠질수록 국민 실질소득이 줄고 경상수지가 악화하는 등 경제 기초 체력이 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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