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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원전 책자 들고가 직접 설명…"EU와의 3년이 30년 좌우할 것"

[각국 정상회담서 '비즈니스맨' 자처한 尹대통령]

폴란드 대통령에 원전 신속건설 보증

최첨단 무기 소개하며 홍보 총력전

회담 직후 전차 수입 논의 이끌어내

'러 위협' EU의 안보위기 기회삼아

핵심광물·첨단산업 협력 등 타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中 대안 포석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30일(현지 시간)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9일(현지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마련된 한·폴란드 정상회담장. 윤석열 대통령은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자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앞에서 한 책자를 꺼내 들었다. 검정색 표지의 이 책자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한국 원자력발전의 안정성과 우수성을 담은 설명서다. 윤 대통령은 두다 대통령에게 책을 전달하며 폴란드에 한국 원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폴란드가 결단한다면 국가 정상인 윤 대통령이 보증하는 원전이 신속하게 건설될 수 있다는 사실도 거듭 설득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기술 강국 대한민국이 가진 최첨단 무기들도 소개했다. 회담을 마친 폴란드는 우선 전차 등 한국 무기를 직접 수입하기 위한 실무 절차에 돌입하기로 결정했다. 윤 대통령이 이번 나토 정상회의 순방에서 목표했던 ‘정상 세일즈 외교’의 첫 성과다.



28일부터 사흘간 진행된 이번 순방 일정에서 29일 한미일 정상회담과 나토 정상회의를 제외하면 윤 대통령은 대부분의 양자 회담에서 상대국 정상과 소위 ‘비즈니스’를 논의했다.

대통령실 역시 이번 순방의 목표를 △정상 세일즈 외교의 시작 △첨단산업 공급망 강화 △미래 성장 산업의 협력 기반 구축 등으로 밝힐 정도다. 순방을 떠나기 전 “국익을 위해 한 몸을 불사르겠다”고 말한 윤 대통령이 실제로 안보 협력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각오로 스페인을 찾은 것이다.

윤 대통령이 비즈니스에 발 벗고 나선 배경에는 나토가 이번 정상회의에 아시아태평양파트너 4개국(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을 초청한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우리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등 대형 글로벌 위기의 충격 속에서도 비교적 빠르게 회복했다. 우리가 지난 30년간 전 세계적으로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진행된 세계화와 중국의 경제적 부상 수혜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위기 때마다 경쟁력이 높은 우리의 조선과 자동차·화학·반도체와 같은 주력 산업이 세계 시장을 장악하며 돈을 벌어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스페인을 방문해 마드리드 이페마 컨벤션센터에서 아시아태평양 파트너 4개국 정상 ,옌스 스톨텐베르그(가운데) 나토 사무총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기시다 후미오(왼쪽 두 번째)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왼쪽) 호주 총리, 저신다 아던(오른쪽 두 번째) 뉴질랜드 총리.연합뉴스




하지만 이제 세계는 정치적 가치와 규범을 함께하는 우호국들에만 시장을 개방하는 블록화가 진행되고 있다. 경제적 영향력이 급부상한 중국이 아태 지역에서 패권을 주장하고 있고 심지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권위주의 국가’의 팽창을 노골화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는 국제사회에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가치로 하는 국가들이 뭉치는 사실상 ‘자유민주주의 안보 연대’로 볼 수 있다. 앞으로 국제사회가 안보와 경제의 블록화가 불가피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뜻이다.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성장률마저 떨어지는 상황에서 각자 우방국으로 뭉친 경제의 블록화가 더 진행되면 우리나라 경제의 원동력인 무역 경쟁력마저도 훼손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줄어드는 중국 수출을 대체할 시장을 유럽으로 보고 직접 세일즈에 뛰어든 것이다.



순방에서 윤 대통령의 정상 세일즈 외교는 크게 투트랙으로 진행됐다. 원전·방산 세일즈와 첨단 기술 협력이다. 모두 국가의 안보를 좌우하는 물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유럽 국가들은 자국 방어를 고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석유와 가스를 틀어쥔 러시아는 유럽을 향한 에너지 패권을 더 크게 휘두르고 있다. 유럽 국가들로서는 안전보장을 위한 무기와 에너지 확보가 시급하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점을 파고들어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와 체코에는 방산과 원전 수출을 타진했다.

또 기술 혁명 시대의 필수재인 배터리와 정보기술(IT) 인프라 시장 진출 역시 협력을 요청했다. 프랑스와는 우주산업, 네덜란드와는 반도체 협력도 논의했다. 사흘간 윤 대통령은 나토 정상회의와 한미일 정상회의, 아태 4개국 정상회의 등 다자회담과 별도로 호주, 네덜란드, 프랑스, 폴란드, 튀르키예(터키·약식), 덴마크, 체코, 캐나다, 영국 정상과 만나는 ‘정상 세일즈 외교 강행군’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기반으로 올해부터 2024년까지 발주될 폴란드와 체코 원전을 수주하고 반도체 장비는 물론 희토류와 같은 전략물자를 안정적으로 공급 받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년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유럽과의 무역수지를 개선하는 한편 줄어들 수밖에 없는 중국 수출마저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가안보와 직결된 원전과 방산은 정상 간의 외교가 아니면 수주할 수가 없다”며 “앞으로 3~4년간의 성과가 향후 30~40년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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