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과 ‘탈북 어민 강제북송’ 사건 등 문재인 정부의 대북 논란 수사에 검찰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전 정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는 공세를 피하고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선 수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영향권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두 사건과 관련해 고발장을 접수한지 7일 만에 수사 인력을 보강하고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국가정보원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탈북 어민 강제 북송’ 관련 시민단체를 고발인 조사하고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출국금지 했다고 밝히는 등 ‘속도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지켜야 하는 게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헌법적 책무 중 하나이니 만큼 수사를 통한 진실 규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상당하다. 국제적으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 최대 인권 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문 정부가 국제법상 강제 송환 금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보복’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는 윤 대통령이 나서 “민주당 정부는 정치보복 수사를 안 했느냐”고 말하는 등 수사의 중립성을 해치는 발언을 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총장 패싱’ 논란에도 불구, 해당 사건을 수사·지휘 중인 검찰 간부들도 한 장관 체제 하에서 임명돼 정부 여당 영향권 아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윤 정부가 검찰 왕국을 거의 완성했다”며 “이제 전 정부에 대한 전방위 정치 보복을 펼치고 있고 걸핏하면 전 정권 탓만 한다”고 연일 날을 세우고 있다.
수사의 중립성을 담보하려면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이 손을 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공석인 검찰총장 인사를 통해 이번 수사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을 것이란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식물 총장’, ‘허수아비 총장’ 논란이 있긴 하지만 수사의 총책임자이니만큼 누구를 임명하는지에 따라 정치적 논란에 불을 붙일 수도, 누그러지게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정부 뿐만 아니라 전 정권 인사들도 수사를 회피하는 모습 보이지 않아야 ‘정치 보복’이라는 주장이 무색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최근 미국으로 출국했고 서훈 전 국정원장도 미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단지 정치적 프레임 만으로 검찰 수사가 정치 보복이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 내긴 어려울 것”이라며 “야권 정치인들이 수사에 적극 협조하지는 못할 망정 이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면 역풍만 맞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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