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파업 과정에서 드러난 원하청의 구조적 문제를 사회적 논의로 풀기로 했다. 사회적 논의는 이해관계가 얽힌 분야에서 효과적이지만, 정부 대책 보다 구속력이 낮고 속도감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 장관은 25일 서울지방노동청에서 고용부 실국장과 전국 지방관서장과 전국 기관장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대우조선 하청 파업)는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할 대안 모색이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며 "경사노위에서 다단계 하도급 문제, 원하청 상생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 파업은 다단계 하청 구조의 민낯이 낳은 사태라는 지적이 많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임금이 낮고 위험한 일을 하는 하청 노동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파업과 같은 노사 극단의 대립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사노위는 사회적 논의를 이끄는 대통령 직속기구다. 전 정부에서 경사노위는 다양한 노동 대책 밑그림을 그렸다. 하지만 사회적 논의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다 듣고 조율하는 방식인 탓에 결론 도출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사회적 합의는 어렵게 합의를 하더라도 참여자를 모두 만족시켜야 하는 탓에 맹탕 정책인 경우도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이유 탓에 고용부는 노동시장 개혁 대책을 과거 정부처럼 노사정 사회적 논의를 거치지 않고 미래노동시장연구회라는 전문가기구에서 만들 예정이다.
특히 파업이 일어난 조선업의 경우 하청에 재하청까지 고용 구조가 복잡하고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경영난을 겪어 이해관계자 특정도 쉽지 않다. 사회적 논의는 특성상 법적 구속력이 낮다는 한계도 있다. 게다가 경사노위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새 위원장 선임이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현 정부에서 비중감이 낮아졌다는 아쉬움이 나온다. 사회적 논의 트랙을 탄 원하청 문제에 대한 빠른 해결책이 나올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새 위원장이 누가 되느냐가 원하청 대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 파업은 민간 노사 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진 사례로 평가받는다. 정부는 대우조선 파업 장기화로 인한 피해가 커지자 공권력 투입도 시사했다. 하지만 정부는 15일부터 이어진 하청 노사 교섭 결과를 기다렸고 파업은 경찰 투입없이 노사 교섭 타결로 마무리됐다. 이 장관은 “노사는 합의는 늦었지만 양보와 타협으로 국민적 기대에 부응했다”며 "(이번 파업은) 불법적 관행은 근절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분규를 해결한다는 중요한 선례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노동시장 개혁, 현장 인력난 해소, 근로자 폭염 피해 감축 등 다양한 현안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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