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방송사나 PD가 정한 프로그램 제작 방식대로, 사전에 정한 시간표대로 일해왔다. 프로그램 제작에 관한 자신의 업무는 PD가 최종 확인한다. A씨는 당초 계약에 없던 행정업무 같은 일도 도왔다. 방송사가 정한 시각에 정해진 장소로 출근했다. 자신과 같은 일을 했던 방송사 소속 직원이 있고 조퇴, 휴가를 쓰려면 부서장 허락을 받았다. 업무상 실수를 하면 경위서를 썼다.
직장갑질119와 엔딩크레딧이 만든 일명 ‘가짜 프리랜서 감별법’을 토대로 A씨의 업무 형태를 구성했다. 프리랜서인 줄 알았던 A씨는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일 가능성이 높다. 고용노동부는 A씨처럼 노동권 사각에 있는 근로자의 법적 권리를 찾아주기로 했다.
고용부는 30일 KBS, SBS, 채널A, JTBC, TV조선, MBN을 대상으로 인력 운영 방식을 점검하기 위한 기획감독을 연말까지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감독은 이들 방송사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견돼 이뤄지는 점검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제기된 방송사의 ‘가짜 프리랜서’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고용부는 올 5월 MBC 기상캐스터였던 고 오요안나씨의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 MBC를 먼저 특별감독했다. 그 결과 고 오요안나씨는 동료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지만, 프리랜서 신분으로 근기법 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고 오요안나씨처럼 근기법 상 근로자를 주장하거나 실제로 근기법 상 근로자일 수 있는 프리랜서가 방송사에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방송사는 노동계에서 ‘비정규직 백화점’으로 불린다. 외주 제작사를 중심에 놓고 다양한 도급 계약을 맺으면서 프리랜서의 근로자 지위를 찾기 어렵게 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2021년 지상파 방송 3사에 대한 근로감독에서도 방송작가 363명 중 152명이 근기법 상 근로자였다. 5월 MBC 특별감독에서도 보도·시사 교양국 내 프리랜서 35명 중 25명의 근기법 상 근로자 지위를 되찾았다.
김영훈 고용부 장관은 16일 자신의 인사청문회에서 “(고용부) 장관이 된다면, 일터 기본법(일터 권리를 위한 기본법)을 적용해서 고 오요안나처럼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사실관계를 다퉈보지 못하는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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