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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 인사이드] 암 찾아 치료하는 ‘방사선 미사일’ 등 핵의학 발전…"AI 접목 신약 개발 도전"

■ 최홍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

핵의학 진료 활용범위 점점 확대

나노로봇 기술도 상용화 눈앞에

핵의학분야 최초 AI관련 연구로

MIT 리뷰 35세미만 혁신가 선정

작년 AI기반 신약개발 기업 창업

약물 추적 등 4개 솔루션 성과

최홍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가 혜화동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검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승현 기자




"핵의학은 의학계 어떤 학문보다도 진화하는 속도가 빠릅니다. 진단·치료를 막론하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전혀 거부감이 없죠. 다른 진료과들과 협업을 통해 최적의 해결책을 모색한다는 것도 강점입니다."

최홍윤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4일 서울경제와 만나 "핵의학 분야 연구를 통해 이전에 없던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싶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서울시 종로구에 자리잡은 서울대병원에는 하루에만 1만 명 넘는 환자가 다녀간다. 수많은 외래 환자들 가운데 핵의학과 의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핵의학과 검사실 앞에 줄을 지어 대기 중인 환자들조차 답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핵의학은 방사성동위원소와 방사성의약품을 이용해 인체의 상태와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의학의 한 분야다. 임상의학과 방사약학, 핵물리학, 방사선생물학 등의 기초 학문이 융합된 형태로서 세포 또는 유전자 수준의 정보까지 파악해 개인별 맞춤형 치료를 완성시킬 수 있는 분자영상을 추구한다.

최 교수는 일찌감치 핵의학과로 진로를 정했다. 세포보다 작은 크기의 나노 로봇이 인체에 약물을 전달하고 암세포를 제거하는 기술. 의대생 시절 핵의학 강의를 듣던 그의 머릿 속에 그려진 미래다. 당시에는 공상과학(SF) 영화 속에나 등장할 것 같았지만, 15년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머나먼 미래는 아니다. 의료용 나노 로봇 기술의 상용화가 성큼 현실에 가까워진 것이다. 실제 핵의학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며 진료 현장에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암환자의 질병 진행 정도나 치료 효과를 평가할 때 처방되는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가 대표적이다. 알츠하이머 치매 여부를 진단할 때 쓰이는 아밀로이드 PET-CT 검사 수요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갑상선암 환자 일부에게 시행되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도 핵의학과 주도로 시행된다.



특히 최근에는 신경내분비종양 진단과 치료에서 '펩타이드 수용체 방사성 핵종 치료(PRRT)'가 주목 받고 있다. PRRT는 오래 전부터 신경내분비종양 치료제로 쓰여온 옥트레오티드 유사체에 치료용 방사성핵종을 표지해 주사하는 치료법이다. 신경내분비종양의 전이된 병소를 표적으로 찾아가 치료한다는 뜻에서 일명 '방사선 미사일 치료'라고도 불린다. 영상용 감마선과 치료용 베타선을 동시에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를 표지해 사용하면 환자에게 주입한 표적치료제의 분포를 매 치료마다 평가하는 것도 가능하다.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진행하는 '테라노스틱스'의 개념을 구현해낸 셈이다. 최 교수는 "상상 속에 존재하던 기술이 15년 만에 현실 버전에 가까워지면서 개인맞춤형 정밀치료가 가능해졌다"며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AI) 기술과 오믹스 데이터를 접목하면 시너지가 더욱 커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난해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 테크놀로지 리뷰가 선정하는 ‘35세 미만 최고 혁신가’의 한국 대표 13인 중 한 명으로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핵의학 분야 최초로 AI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관련 논문이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채택되며 맺은 결실이다. 그는 "운좋게 남들보다 빠르게 딥러닝 기술을 접했을 뿐"이라며 “핵의학 분야에서 새로운 기술발전을 도모하도록 더욱 노력하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최 교수는 지난해 7월 AI 기반 신약개발 기업 포트래이의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참여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최 교수를 포함해 서울의대 출신 임상의 4명이 의기투합해 창업에 뛰어든 것이다. 의대 동기와 선후배 관계인 이들은 핵의학과, 안과, 흉부외과 등 각자의 전문영역에서 연구 및 진료활동에 매진하던 중 "신기술을 통해 신약개발 과정 자체를 혁신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최근 셀 수없이 등장하는 AI 신약개발 회사들과 포트래이의 가장 큰 차별점은 '공간전사체' 기술에 AI 딥러닝 기술과 영상정보의 융합을 시도한다는 점이다. 공간전사체란 조직의 전체 유전자 발현을 알아내는 RNA(리보핵산) 염기서열분석에서 더 나아가 고해상도로 전체 유전자 발현을 지도처럼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메소드가 2020년 '올해의 기술'로 선정한 이후 바이오헬스업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연구개발 분야로 떠올랐다. 최 교수는 컴퓨터 연구(Dry lab)로 AI 공간전사체 기술 개발을 담당한다. 창업자 4명으로 출발한 포트래이는 이미 신약타깃을 분석 약물분포 추적 약물기전 검증 동반진단 등 4개의 솔루션을 구축했다. 이를 토대로 창업 두 달만에 첫 매출을 일으켰다. 지난 1년간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반 NK(자연살해) 세포치료제 개발사 테라베스트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미국암학회(AACR)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인지도를 높여가는 단계다. 최 교수는 "임상의와 스타트업 운영 2가지를 병행하기가 쉽진 않지만 하루하루 아이디어를 현실화해나간다는 생각에 설렌다"며 "상상에 그치지 않고 실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데 더욱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가 새로 시작한 ‘메디컬 인사이드’ 코너는 보건·의료계에서 주목받는 의료진과 병의원의 활약상을 전달하는 연재물입니다. 임상연구·개발과 진료 등의 영역에서 최근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의료진과 만나 숨겨진 이야기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합니다. 또한 의료기관 내 다양한 진료과와 부서 차원의 협력을 통해 의료계 변화를 선도하는 센터를 직접 찾아가 현장의 이야기를 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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