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28)가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의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전인지는 8일(한국 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이스트로디언의 뮤어필드(파71)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AIG 여자오픈(총상금 730만 달러)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로 1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4타를 기록한 그는 공동 선두로 정규 라운드를 끝낸 애슐리 부하이(남아공)와 4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펼쳤지만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선두에 5타 뒤진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전인지에게 15번 홀(파4)에서 찬스가 찾아왔다. 3타 차로 앞선 부하이의 티샷이 벙커에 들어갔고 벙커에서 꺼낸 볼은 깊은 러프에 빠졌다. 부하이가 이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기록한 사이 전인지는 타수를 잃지 않으면서 공동 선두에 올랐다. 18번 홀(파4)까지도 우열을 가리지 못한 두 선수의 승부는 연장으로 이어졌다.
18번 홀에서만 진행된 연장에서도 접전이 펼쳐졌다. 나란히 파-보기-파를 기록해 3차 연장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선수의 운명은 연장 4차전에서 갈렸다. 티샷을 벙커로 보낸 전인지는 벙커에서 탈출했으나 부하이가 두 번째 샷을 하기 전에 먼저 세 번째 샷을 했을 정도로 거리가 많이 남았다. 부하이도 두 번째 샷을 그린 주변 벙커에 빠뜨렸지만 벙커 샷을 홀 바로 옆에 붙였다. 전인지가 8m 남짓 거리의 파 퍼트를 놓친 반면 부하이가 파 세이브에 성공하면서 최종 승자가 됐다. LPGA 투어에서는 우승이 없던 부하이는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 대회로 장식하며 우승 상금 109만 5000달러(약 14억 3000만 원)를 챙겼다.
전인지는 시즌 메이저 2승과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눈앞에서 놓쳤다. 전인지는 2015년 US 오픈, 2016년 에비앙 챔피언십, 올해 6월 KPMG 여자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해 AIG 여자오픈이나 셰브론 챔피언십을 제패하면 그랜드슬램을 완성할 수 있었다. 여자 골프 메이저 대회는 현재 한 시즌 5개가 열리며 이 중 시기와 상관없이 4개 대회에서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으로 인정받는다.
전인지는 내년 4월 열리는 셰브론 챔피언십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에 재도전한다. 그는 “그랜드슬램이라는 또 다른 타이틀에 대해 스스로 부담감이 있었다”며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조금 죄송하기도 하고 속상하지만 너무 쉽게 가면 또 그렇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이어 “내년도 있고 내후년도 있으니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시부노 히나코(일본)가 9언더파로 3위, 교포 선수 이민지(호주)는 7언더파로 공동 4위에 올랐다. 김아림은 공동 13위(4언더파), 김효주는 공동 15위(3언더파)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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