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돌아보니 굉장히 당황스럽고 후회스럽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8일(현지 시간) 2분기 소프트뱅크그룹의 2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우리는 그동안 기업가치 평가의 거품 속에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손 회장은 또 “우리가 만약 좀 더 선별적으로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를 더 잘했다면 지금과 같은 무거운 타격을 입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큰 수익을 내던 시절 저는 다소 정신이 혼미한(delirious) 상태가 됐던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정보기술(IT)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대규모 자금을 투자한 비전펀드가 큰 손실을 입자 손 회장도 그간 벤처 생태계에 거품이 있었다며 투자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실제 소프트뱅크그룹은 올 2분기(회계연도 1분기) 3조 1627억 엔(약 30조 5000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 1분기 2조 1006억 엔의 순손실에 이어 2분기 연속 순손실을 낸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측은 스타트업 투자 운용을 담당하는 비전펀드에서 지난해 정점 대비 50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가 증발하면서 광범위한 손실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비전펀드2의 포트폴리오 기업 269개사 투자에 482억 달러(약 63조 원)가 투입됐지만 2분기 말 기준으로 포트폴리오사의 기업가치는 372억 달러(약 48조 5000억 원)에 불과하다. 투자 금액의 23%가 날아간 셈이다.
손 회장은 “지금처럼 주식시장이 하락했을 때는 투자를 하기에 적격이다. 나 역시도 그렇게 하고 싶은 충동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면 되돌릴 수 없는 타격을 입을 것이고 이는 돌이킬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다”고 강조했다.
WSJ는 “2019년 비전펀드1의 대표 포트폴리오였던 위워크의 기업가치가 폭락하자 손 회장이 공개적으로 후회와 반성을 표한 지 3년 만에 다시 벌어진 일”이라며 “2017년 비전펀드를 처음 내놓은 뒤 오랫동안 공격적인 투자로 밴처캐피털(VC) 업계를 뒤흔든 손 회장이 전략 변경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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