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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택 "낮은 지지율, 귀중한 교훈…국민은 정치 리더로서의 대통령 원해"

[尹 취임 100일 인터뷰 - 강원택 전 한국정치학회장(서울대 교수)]

대통령 뒷받침할 기구 제대로 작동안해 신뢰 위기 증폭

폭넓은 인재 기용·野와 소통 강화 등 '연합의 정치' 필요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17일 경기도 양평군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평=성형주 기자




“어떤 대통령이든 겪는 임기 초 혼란이라고 보기에는 상황이 심각합니다. 대통령을 뒷받침해줘야 할 대통령실과 내각, 당과 같은 기구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신뢰의 위기가 왔습니다. 특히 여러가지 구설수가 맞물리면서 위기가 증폭되고 있습니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17일 경기도 양평의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00일간 국정 운영에 대해 “대통령이 여러 사람의 말을 듣고 정치적 자원을 유기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통치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철학을 재정립하고 인적 개편을 단행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정치학회 회장을 지내고 영국 보수당의 역사를 깊이 있게 연구해온 강 교수는 “대통령이 통치를 너무 쉽게 생각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대통령실 이전은 정치에 대한 경험이 없고 깊이 고민해보지 않았던 일을 했던 것이라고 하지만 그 이후에 나타나는 모습도 국정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보인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대통령이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듣기 싫은 말을 할 수 있는 원로급 인사들을 공식 라인에 배치하는 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 지지 기반이 약하니 폭넓은 인재를 등용하고 야당과 소통을 강화하는 ‘연합의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17일 경기도 양평군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평=성형주 기자


-국정 운영 전반을 평가한다면.

△대통령 개인의 문제, 통치 구조의 문제 등이 맞물려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느낌이다. 대통령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운데 당은 오히려 더 부담을 주고 있고 내각도 국정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무엇이 문제인가.

△실무적인 관계의 사람들만 모여 있어 대통령에게 다른 이야기가 들어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들 눈치만 보고 자리 보전만 하려 한다. 상황이 이 정도인데 대통령실 내부에서 지적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당 혼란도 심각하다.

△국민들은 대통령 못지 않게 집권당의 모습을 중요하게 본다. 당이 대통령의 의지를 국민에게 설득하기도 하고 반대로 국민의 뜻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그런 모습이 실종됐다. 국민들이 보기에는 초보 대통령과 자중지란에 빠진 여당이 똑같아 보인다. 어느 쪽도 신뢰가 안 간다. 이준석 전 대표를 내보내는 과정도 매우 나빴다. 머슴을 집에 보낼 때도 노잣돈을 주고 먹을 것도 싸서 보내는데 매우 불명예스러운 방법으로 내쫓은 거 아닌가. 대통령이 결국 끌어안을 사람을 끌어안지 못한 셈이다.

-‘윤핵관’도 부정 평가에 기여한다.

△윤핵관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이미 비판의 대상이 됐다. 권성동 원내대표 등에게 당을 끌고 갈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권력을 장악하고 싶어서 대통령을 업고 호가호위하려는 것으로 비친다. 윤핵관은 2선으로 퇴진해야 한다.

-콘크리트 지지층이 부족한 탓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지지층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지지 기반을 더 넓히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그런데 이 전 대표를 날리니 20대가 날아갔다. 구설수가 나오면서 기존 지지자들도 돌아서고 있다. 본인의 단점을 인식하고 싫거나 불편한 사람을 끌어들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인사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는 평가다.

△인재를 폭넓게 썼다면 통합의 리더십으로 생각했을 텐데 굉장히 협소하게 썼다. 대통령의 인사는 ‘일만 잘하면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행정적 성과만 측정하겠다는 것은 관료적 마인드다. 5년 통치의 핵심은 ‘어떻게 정치를 할 것인가’여야 하는데 관료적 자세는 곤란하다. 국민이 원하는 대통령은 ‘정치적 리더’다. 정치적 메시지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게 인사다. 폭넓은 인재를 등용해 ‘내가 이런 사람들과 이런 일을 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했다.

강원택 서울대 교수가 16일 경기도 양평군 한 카페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양평=성형주 기자


-‘공정과 상식’이라는 대표 가치가 퇴색했다.

△공정과 상식은 너무 추상적이다. 손에 잡히는 방향이 없다. 대통령은 공허한 담론만 던지고 각 부서는 각개전투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정 방향을 보완해야 할 시점이다. 5년 동안 이 나라를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지향점을 이야기해야 한다.

-개혁 과제 동력도 떨어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방향성이 없다는 점이다. 교육·연금·노동 개혁과 공기업 개혁 등을 묶을 하나의 메시지가 없다. 그냥 늘어놓기만 하고 ‘왜 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이 없다. 그러면 사람들에게 설득이 안 되고 관료들도 움직이지 않는다. ‘민간 부문 활성화’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어떤 차원에서 해야 하는 것인지 종합적인 그림이 안 나온다. 그러니 대통령이 무슨 이야기를 해도 조리 있게 들리지 않는다.

-지지율 회복을 위한 선결 조건은.

△대통령 스스로 본인이 부족함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에는 유능한 공무원 관료였지만 정치 리더는 처음 아닌가. 국정을 운영하는 데는 본인이 경험한 것 외에 굉장히 다양한 덕목과 자질이 필요하다. 귀를 열고 다양한 비판을 듣고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특히 국정을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것처럼 ‘일상적 관리’ 수준으로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국민들은 정치 지도자가 미래 발전을 끌고 나가길 기대한다.

-인적 쇄신 필요성도 거론된다.

△자신에게 싫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정치적 경험이 많은 원로급을 찾아야 한다. 비서실장이든 무엇이든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을 조감하고 말할 수 있는 자리에 앉혀야 한다. 지금 대통령실은 그냥 일반적인 비서실 같다. 대통령에게 조언을 하는 기능과 역할을 보강해야 한다.

-정무 기능은 어떻게 보강해야 하나.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명박(MB) 정부 시절 도입됐던 정무장관 설치도 방법이다. 여소야대니 야당과의 협치가 정말 중요하지 않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 대표가 되면 굉장히 공격적인 형태의 야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한 가지 좀 희망적인 것은 임기 초반에 이렇게 낮은 지지율을 겪었다는 점이다. 이른 시간에 귀중한 교훈을 얻었으니 이제부터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반등할 시간이 충분히 있다.

◇he is… △1961년 서울 △서울대 지리학과 학사 △서울대 정치학과 석·박사 수료 △런던 정경대 정치학 박사 △2001~2007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조교수 △2003~2007 숭실대 정치외교학과 학과장 △2005~2006 숭실대 사화과학대학 부학장 △2008년 미국 듀크대 방문교수 △2010년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2010년 한국정당학회장 △2016년 한국정치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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