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안아주는 게 좋아요. 사람을 안으면 제가 따뜻해지죠.…포옹은 사랑이에요.”
한지민과 함께 출연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로 유명한 배우 겸 화가 정은혜의 그림책이 출간됐다.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난 그는 성인이 됐지만 집 안에만 틀어박힌 채 이불을 뒤집어 쓰고 ‘동굴’ 같은 생활을 이어갔다. 사람들과 눈을 못 맞추는 시선 장애와 강박,환청,환시 등에 시달렸다. 그를 구한 건 ‘그림’이었다. 엄마의 화실에서 청소와 뒷정리를 맡다가 “애들이 너무 잘 그리니까 샘나서" 맨 구석에 앉아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16년 8월, 집 근처인 양평 문호리 리버마켓에 ‘니얼굴’이라는 부스를 차리고 사람들의 얼굴을 그렸다. 지금까지 약 4000명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면서 은혜씨는 다시 사람들과 눈 맞출 수 있게 됐다. 예술이 가진 치유의 힘이다. 짤막한 글과 그림이 함께 담긴 책은 읽는 이를 위로하며 치유의 힘을 나눠준다. 은혜씨의 포옹은 유난히 상대의 몸에 찰싹 달라붙어 체온을 나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틈이 없고, 경계를 허문다.
저자는 이번 출간에 맞춰 종로구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개인전을 연다. 오는 31일부터는 청와대에서 처음 열리는 미술전시인 ‘장애예술인 특별전’에도 출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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