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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연금 부실 못지않은 건보 재정 폭탄

무리한 보장 확대에 건보 적자 경고등

개혁 나선 尹 정부, '文 케어' 수술대

부담 늘리기 앞서 재정 투명성 강화

외부 통제 장치도 반드시 마련해야

오현환 논설위원




은퇴자들에게 가장 무섭게 다가오는 게 건강보험료다. 일부에서는 건보료 부담이 커 차라리 국민연금으로부터 받는 연금과 퉁치고 싶을 정도라는 하소연도 나온다. 세금같지도 않은 게 세금 흉내를 낸다느니 조선시대의 가렴주구(苛斂誅求)가 아니고 뭐냐는 성토까지 나온다. 건보료 폭탄을 피하는 방법을 담은 정보들이 유튜브에서 인기다. 사실 건강보험은 4대 사회보험 중 은퇴자들에게 가장 큰 복병으로 다가오는 측면도 있다. 보험료의 경우 산재보험은 일을 하지 않아 낼 필요가 없고 국민연금은 대체로 만 59세까지만 내면 되지만 건강보험은 이를 이용하려면 죽는 날까지 내야 한다. 고용보험은 자발적 실직이 아닐 경우 오히려 실업급여를 받는다.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려면 은퇴를 했더라도 소득과 재산 등에 따라 보험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정치인들이 선거에 이기려고 건보의 보장 수준을 무리하게 확대하는 포퓰리즘에 있다. 이 과정에서 의료 과소비와 과잉 진료가 크게 늘어나 건보 지출이 급증하고 부족한 건보 재정을 메우기 위해 건보료를 인상하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특히 지난 정부는 초음파·자기공명영상(MRI) 검사비와 대형병원 2·3인실 입원비까지 건보 적용을 확대하는 등의 ‘문재인 케어’를 강행해 건보 재정 적자에 기름을 부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초음파·MRI 진료비의 경우 건보 적용 첫해인 2018년 1891억 원에서 지난해 1조 8476억 원으로 3년 새 무려 10배로 늘어났다. 지난 한 해 연간 150회 이상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는 무려 19만 명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건보 적립금이 2029년에 바닥난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건보료율은 박근혜 정부 4년간(2013~2017년) 3.9% 올랐는데 문재인 정부(2017~2022년) 때는 14.2%나 올라 증가율이 3배에 달했다.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케어를 수술대에 올리기로 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의료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 구조를 개선해 의료 과소비를 막는 게 절실하다. 이용량을 분석해 같은 병명으로 병원에 자주 가는 환자의 본인 부담금을 올리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가운데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07년 도입돼 올해 종료되는 건보 재정 국고 지원 ‘일몰제’ 규정을 삭제하는 관련 법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대표 발의했다. 건보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국고에서 지원하도록 한 일몰 규정을 삭제해 항구적으로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 부담을 늘리기에 앞서 건보 재정의 투명성부터 높여야 한다. 4대 사회보험 중 건보를 제외한 나머지는 국가기금 형태로 만들어져 국회의 예·결산 심의를 받지만 건보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예·결산 심의를 받는다. 급여기준·보험료율 등 건보 주요 정책들도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가 심의·의결한다. 정책 결정에 강한 영향력을 가진 공단 이사장 자리는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던 사람들로 채워지기도 한다. 외부의 통제 없이 복지부 관할권 내에서 대부분의 사안이 결정되다 보니 건보 지출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5년 단위의 건보공단 재정 전망도 2019년 한 차례만 공개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집에도 나오지 않는다. 뭔가 숨기려 한다는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 최근 건보를 감사했던 감사원도 “재정 투입 안건의 대부분을 건정심 의결 없이 복지부 주도로 결정해 건정심 위주의 통제 체계에 한계가 있다”며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건강보험은 복지부가 예·결산까지 수행하는 등 지출 총액에 대한 외부 통제 기능이 없다”고 지적했다.

노령화는 갈수록 심해지는데 인구는 감소세로 전환돼 건보 재정도 연금처럼 급속히 악화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건보의 부실이 연금 못지않게 심각한 부실 폭탄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게 나온다.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건보 재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에서 통제할 수 있는 장치를 이번 개혁에서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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