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성착취물 소지·시청' 미온적 처벌…낮은 사회인식도 문제

<하>사라지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

윤리관념·성인지감수성 결핍에

성범죄자 계속 생길수밖에 없어

강력 처벌기준 만드는게 첫 단계

이미지투데이




이른바 ‘n번방’ 사건 이후 사법 당국의 강경한 처벌 기조에도 성착취물 제작과 유포 행위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범죄에 비해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낮고 이용자에 대한 처벌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디지털 성범죄가 만연하는 배경이다.

7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로 범죄자가 계속 생겨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지목했다. 국민들의 낮은 문제 의식, 디지털 윤리 관념 부족, 사회 전반적인 성인지감수성 결핍 등이 복합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활동을 진행하는 민간 단체 프로젝트리셋의 한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 환경에서 성착취물이 범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재화로 취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성착취물 제작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지 않지만 이를 통해 얻는 수익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여성과 피해자들을 인격으로 보지 않고 성착취물을 비롯한 불법 영상물을 마음대로 촬영하고 유포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는 것도 디지털 성범죄자들의 특징이다. 마치 일상생활을 영위하듯 성착취물을 촬영하고 유포하는 가해자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10월 20대 남성이 3000개 이상의 불법 촬영물을 다크웹(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만 접속할 수 있는 웹사이트)과 텔레그램을 통해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남성은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대신 오직 성착취물을 유포하기만 했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과거에는 디지털 성범죄의 주요 목표가 금전적인 이득이었지만 최근에는 사이버 공간에서 이목을 끌기 위해 범죄 자체에 몰입하는 양상이다.

사회 전반의 낮은 성인지감수성도 원인이다. 프로젝트리셋 관계자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의 성인지감수성을 발전시킬 기회가 절실하다”며 “특히 청소년기에 속한 세대의 경우 성인지감수성과 관련해 이렇다 할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자극적인 미디어에 무분별하게 노출돼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지난해 만 11세 이상 만 19세 미만의 아동·청소년 4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성적 침해를 경험한 여성 73.8%가 ‘불쾌하고 화가 났다’고 응답했다. 반면 남성 48.5%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답해 남녀 사이에 큰 인식 차이를 보였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불법 촬영물은 허락 받지 않은 타인의 성을 착취하는 영상물”이라며 “불법 영상물 시청을 단순히 성교육이나 음란물을 시청했다는 정도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사고 방식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착취물을 소지하거나 시청한 사람들에 대한 미온적인 처벌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전 국민의 공분을 산 n번방 사건 이후 개정된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구입하거나 소지·시청한 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도록 양형 기준이 강화됐다.

하지만 2020년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일반 가담자 378명 중 성착취물 소지 혐의로 277명이 기소됐고 이 가운데 205명(74%)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나머지 피고인도 61명(22%)은 벌금형, 6명(2.2%)은 실형, 4명(1.4%)은 선고유예, 1명(0.4%)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가 굉장히 치밀해지고 늘어나면서 아무리 법을 세밀하게 만들어도 범죄자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강력한 처벌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성착취물의 유통을 막는 첫 단계”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