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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드문 축구영화 '선데이리그'에서 만난 유쾌한, 왠지 짠한 동네 아재들 [SE★현장]

이성욱·심우성·이순원·오치운·강영구·김그림·차성제 등

독립영화계 연기 베테랑들이 의기투합한 캐릭터 무비

이성일 감독 "축구에 '한' 맺혀 만들게 된 영화"

배우들 입모아 "독립영화 관심 가져달라" 호소

영화 '선데이리그' 스틸 / 사진=아이 엠(eye m) 제공




보기 드문 축구 독립영화가 탄생했다. 살다 보면 겪을 수 있는 인생의 짠맛을 축구공 하나에 녹여냈다. 내일모레 마흔인 만년 비정규직 코치, 장사 안 되는 치킨집 사장, 어릴 적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나이가 들어버린 사장, 그저 우울한 백수까지 짠한 남성들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직장에서 치이고 집에서도 구박받는 인생일지라도 그라운드에만 서면 바로 ‘손흥민’과 ‘박지성’이 되는 본격 동네 축구 이야기가 기분 좋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영화 '선데이리그'(이성일 감독 / 제작 선데이시네마 / 배급 아이 엠)는 왕년에 잘 나갔던 국가대표 유망주 축구선수 준일(이성욱)이 세월이 흘러 동네 축구교실 코치로 근근이 살아가던 중 거부할 수 없는 정규직 전환을 미끼로 오합지졸 '아재' 풋살팀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류승완, 한준희 감독 등을 배출한 독립영화협의회 신예 이성일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극장 개봉 전 먼저 서울독립영화제와 시카고아시안팝업시네마 등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받은 바 있다.

'선데이리그' 감독과 주요 배우들이 21일 오후 6시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언론배급시사회에 참석해 유쾌한 입담으로 영화 속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주인공 준일은 과거에는 날아다녔지만 비루한 현실을 살아가는 짠 내 가득한 인물이다. 아내한테서는 이혼을 당할 위기에, 축구교실에서도 해고당할 위기를 맞는다. 준일의 현실은 쓰고 짜고 외롭고 다 하지만 영화는 전반적으로 유쾌함을 잃지 않는다. 준일 역의 이성욱 배우는 이번 영화를 통해 첫 주연을 맡았다. 그동안 연극·뮤지컬 무대를 시작으로 TV드라마와 영화, OTT 시리즈까지 작품 활동을 종횡무진 해오면서도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거의 못해봤다고 했다. 그저 매 순간 최선을 다해왔다. 이성욱은 "처음 ‘선데이리그’ 대본을 받았을 때는 코미디 영화 느낌이 아니었다"면서 "찍고 있는 한 신, 한 신을 현실적이면서 흥미롭게 만들기 위해 배우들과 아이디어를 많이 모으다 보니 각 캐릭터가 통통 튀었고 유머러스하게 잘 표현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성욱의 표현대로 '선데이리그'에는 마치 만화 캐릭터처럼 통통 튀는 '철수축구단' 멤버들이 등장한다. 축구선수 누구를 닮은 듯한 키 작은 장발 치킨집 사장 최씨(오치운)와 100미터 뒤에서 봐도 회사중역 스타일인 반듯한 포마드 헤어의 김사장(강영구)이 잔디 위에서 티키타카를 펼친다. 그런데 풋살 경기에 나가려면 최소 3명은 출전해야 해 딱 한 명이 부족한 상황. 그 순간 짠, 하고 나타난 이가 바로 박씨(이순원)다. 백수에 조울증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 축구교실에라도 나오게 된 건데 마침 ‘한 명’을 바라고 있던 김사장과 최씨가 지극정성 반긴다. 박씨는 얼굴은 험상궂은데 성격은 또 소심한 반전이 있다. 이 밖에도 '철수축구단'과 맞붙게 된 마포구 피를로, 교회팀 스트라이커인 목사님과 동네 축구교실을 운영하는 준일의 후배 상만도 소소하게 웃음을 유발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각 캐릭터의 개성 넘치는 머리 스타일들은 모두 이성일 감독의 아이디어였다고. 이 감독은 "주성치 영화들을 좋아했어서, 코미디 영화는 머리 스타일로 웃겨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면서 "머리 스타일이 비슷하면 헷갈리기만 하고 캐릭터가 안 살기에 무조건 머리 스타일은 다르게 가야겠다, 라는 신조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구체적으로 스타일을 주문하지는 않았고, 촬영 당시 배우가 따로 촬영하던 작품에서 하고 있는 머리 스타일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캐릭터들이 내뱉는 대사는 과장되지 않고 일상 언어처럼 현실적이다.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간다. 대학로 연극 무대에서 함께 활동하던 배우들이 뭉쳤기에 더욱 가능했을지도. 주인공 이성욱을 포함해 이순원, 오치운, 강영구 등 영화 주요 배우들이 대부분 연극 무대 경험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은 주어진 상황과 대본에 수시로 아이디어를 붙여나갔고 그렇게 캐릭터 디테일을 잡아 더욱 현실감 있게 만들어냈다.



감독도 한마디 보탰다. 이 감독은 "화장실 다녀오면 대사가 막 바뀌어있을 정도였고 나중엔 편집하다가 대본에도 없는 디테일 연기를 하고있는 걸 화면 속에서 발견하기도 했다"면서 현장 분위기를 재치있게 전했다. 즉흥적인 연기를 할 때가 많다보니 심지어는 이순원 배우의 가족이 촬영장에 방문했을 때도 이 감독이 "촬영 해보시겠어요?"라고 해서 아내와 아들이 즉흥 연기를 펼쳤었다고. 이순원은 "아들이 나랑 똑 닮아서 찾아보시는 재미도 있을 거다"라며 함박미소를 지었다.





영화 제목인 '선데이리그'는 아마추어 리그인 일명 '조기 축구'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프리미어리그나 챔피언스리그 못지않게 하나의 진지한 사회인 리그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고 이 감독은 설명했다.

그렇다고 '군대에서 축구하는 이야기'처럼 1절, 2절 이어지는 아재들의 지루한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귀엽기까지 하다. '철수축구단'이 다같이 맞춘 유니폼의 색은 '핫핑크'다. 김사장은 득점을 할 때마다 어디서 많이 본 골 세리머니를 펼친다. 강영구는 "보통 '꼰대'들은 사회에서 별로 안 좋아하는 이미지인데, 우리는 각자 캐릭터가 다 있고 최대한 귀엽게 보이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순원 역시 "각자 캐릭터에 충실했고 합을 재미있게 맞추다 보니 유머러스하게 표현이 된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축구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보통의 드라마이기도 하다. 주인공들은 주변에서 흔히 보는 30대 이상 '아재'들이다. 한때 전성기는 다 있었지만 현재는 어딘가 결핍이 있는 짠한 중년 남성들이 일종의 일탈 행위로서 축구를 배우러 나온 것. 그라운드 위에서만큼은 자유롭다. 집은 좁아도 축구장은 넓고, 마음껏 소리 좀 질러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

또한 인생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지금 겪고 있는 슬럼프에 관한 이야기이자, 후회라는 감정에 대해서 솔직하고 감동적으로 그린다. 이성욱은 "과거에 했던 선택이나 행동에 대한 후회와 응어리는 누구든지 다 있을 수 있기에 마냥 축구 만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아니다"면서 "공감이 많이 된다는 게 우리 영화의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순원도 "대본이 정말 따뜻했다, 좋았다"라고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준일의 아들로 분한 아역배우 차성제도 "좋아하는 축구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마음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든다, 메시지가 확 와닿았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감독과 배우들은 어려운 시기 개봉하는 독립영화들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가져줄 것을 환기하기도 했다. 이순원은 "독립영화 한 편이 극장에 걸리기까지 굉장히 힘들다"면서 "영화를 사랑한다는 마음 하나로 다들 노력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이 많이 나와야 또 다음 영화도 힘 받고 탄력받아 좋은 작품을 더 만들 수 있다"라며 "남녀노소 오셔서 즐겁게 보고 가시고 널리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강영구도 "열심히 찍었으니 부족하더라도 저희의 진심을 봐주시기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10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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