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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적 가족' 인정 못 받는 사실혼·동거 28.3% "정부 지원 차별 경험"

결혼의 당위성 약화…2020년 결혼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 59.7%

동거·사실혼 남녀 336명 중 42.8%는 "혼인신고 필요성 느꼈다"

여가부는 기존의 '가족' 정의 고수 입장 밝혀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이미지투데이




최근 여성가족부가 사실혼 및 동거 부부 등을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번복한 가운데, 여성부의 행보가 시대적 요구에 역행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1년도 가족과 출산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동거나 사실혼 상태의 남녀 10명 중 3명꼴로 정부 지원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 대상의 절반가량은 법률혼 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복지·주거 정책 등 서비스 혜택에서 차별이 있어 혼인신고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현행법은 가족을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 단위’로 규정하고 있어, 사실혼 부부와 위탁가정 등 동거가족은 국가가 가족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이번 조사는 전국 9999가구 중에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배우자나 애인, 파트너와 함께 사는 291가구의 19∼49세 남녀 336명(남성 159명, 여성 177명)을 상대로 진행됐다. 구체적으로 △주거정책·건강보험·세금 등 정부 지원 혜택 제한 △병원 방문·응급상황 발생 때 보호자 자격 등 법적 관계 인정 여부에 따른 역할 제약 △가족 간 마일리지 통합이나 요금제 결합 등 일상생활 서비스 혜택 제약 △주위의 부정적 시선 등 4개 부분으로 나눠서 살폈다.

먼저 연구진은 결혼의 당위성이 과거보다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혼인율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쳐 감소했다. 1990년 9.3%였던 조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건수)은 2000년 7.0%, 2020년에 4.2%로 1990년과 비교해 절반 이상 줄었다. 반면 남녀가 결혼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12년 45.9%에서 2020년에는 59.7%로 증가했다.

사실혼 및 동거 부부 등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경험한 차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그런데 조사대상자를 상대로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배우자 또는 애인·파트너와 함께 살면서 겪은 차별이나 불편을 물었더니, 28.3%가 정부 지원 혜택에서 제한을 겪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21.2%도 일상생활 서비스 혜택에 대한 제한이 있었다고 답해 조사대상자 10명 중 2∼3명꼴로 법적 부부가 아니어서 국가적 지원이나 일상생활 서비스 지원 등에서 주어진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위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경험했다는 응답은 13.9%,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기 때문에 보호자 자격이나 역할에 제약을 받은 경우는 12.5%였다.

이들 사실혼 및 동거 부부는 비록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지만, 96.7%가 현재 함께 사는 상대와 부부(혼인) 관계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자의 42.8%는 혼인신고의 필요성을 느꼈다. ‘법적 부부가 아니어서 받는 법·제도적 제약과 정책 혜택(복지와 주거 정책 혜택 등)과 서비스 혜택의 차별이 있어서(41.9%)’가 주된 이유였다. 이 같은 차별을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동거가족의 절반 정도는 정부 지원 서비스로부터 소외되는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응답자 다수가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도 경제적 이유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이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주된 이유는 ‘집 마련이나 결혼식 비용 등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그때 하려고 하지 않았다(32.2%)’였다.

그 다음으로는 △같이 살아보면서 상대에 대한 확신을 먼저 가지기 위해서(28.7%) △결혼제도나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20.7%) △가족 및 친인척 관계에 대한 부담 때문에(5.1%) △아이를 안 낳을 것이기 때문에 혼인신고가 필요 없어서(4.7%) △아이나 재산 등 법적인 문제 때문에(3.7%) 등의 순이었다.

한편 윤석열 정부가 공식 폐지하기로 한 여가부는 지난달 동거 및 사실혼 부부, 위탁가정 등을 가족으로 인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어 논란이 됐다.

여가부는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에서 정의하는 ‘가족’ 규정에 대한 입장을 종전과 달리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 시행된 이 법은 가족을 ‘혼인, 혈연, 입양으로 이뤄진 사회의 기본 단위’로만 정의하고 있다.

앞서 비혼 출산과 동거, 1인 가구 등 가족 구성이 다양해지고 혼인과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현실의 다양한 가족 유형을 정책 지원 대상에 포괄할 수 있게 ‘가족’ 정의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의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을 남인순·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9월과 11월 각각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당시 여가부는 이런 개정안에 찬성 입장을 보였지만 현 정부 들어 입장을 바꾼 것이다.

논란이 일자 여가부는 “사실혼·동거가족을 정책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라며 “오히려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으로 인한 소모적 논쟁을 지양하고, 가족 형태가 급속하게 바뀌는 사회환경 변화를 고려해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실질적 지원을 확대하는 데 방점을 두겠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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