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농민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 모두 발언에서 “야당에서 소위 비용추계서도 없이 통과를 시켰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데 대한 선명한 반대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수확기 중 총 45만 톤의 쌀을 시장격리하기로 한 정부 조치를 언급하며 “(쌀 매입은) 정부의 재량 사항으로 맡겨야지 수요와 공급의 격차를 점점 줄여가면서 재정과 농산물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것을 법으로 매입을 의무화 시키게 되면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과잉공급 물량을 결국 폐기해야 돼 농업 재정의 낭비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논의 등 입법 절차가 남아 있는 특정 법안에 대해 문제점을 지적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로는 김대기 비서실장이 3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입법 중 포퓰리즘으로 재정 파탄을 불러올 내용이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것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라고 언급한 적 있다. 윤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시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대통령실은 아직 거부권 행사를 언급할 시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 거기(거부권 행사)까진 솔직히 생각하지 않고 있고 국회에서 잘 정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윤 대통령도 “국회에서 조금 더 심도 있는 논의를 해주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청년 농업인들과 만나고 이번 달 5일에도 상주를 찾아 쌀 수확 현장을 점검하기도 했다”며 “대통령이 농업 정책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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