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카카오 수술, 명의(名醫)는 환부만 도려낸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카카오 사태 '독과점' 때문이라며

여야, 온플법 입법 촉구 한목소리

무분별한 IT 규제땐 국민만 피해

본질인 재난위기관리에 집중해야





국회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한목소리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의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최근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먹통 사태가 온라인플랫폼 기업들의 심각한 독과점으로 불거진 사고였다는 ‘자가 진단’에 따른 것이다. 정치인들은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이 터지면 일단 법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호들갑을 떤다. 김영란법·김영균법(중대재해처벌법)·민식이법·윤창호법·노란봉투법 등 헤아릴 수도 없는 법률(안)이 그렇게 탄생했다. 부작용에는 관심이 없고, 정의의 이름으로 약자를 위한 법률을 만들었으니 표를 몰아달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공정위는 플랫폼 기업을 손볼 작정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2021년 온플법 제정 시도는 업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자율규제로 선회했다. 그런데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올해 7월 ‘온라인플랫폼 분야 실태 조사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만일 여야 합의로 온플법이 진행되면 성실히 임하겠다”고 했다.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다. 마침내 카카오 사태를 빌미로 플랫폼 기업에 본때를 보여줄, 기다렸던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카카오 사태는 재난위기 시스템 문제일 뿐인데도 사건을 전체 온라인플랫폼 규제의 ‘트리거’로 삼으려는 속내를 보였다.

온플법을 만들면 국내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쏠림이 심화하는 반면 해외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는 상대적으로 약해져 규제 역차별 가능성이 커진다. 무엇보다 국내 정보기술(IT) 산업 생태계를 위협해 혁신을 막는 장애가 될 우려가 크다. 국회가 소위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켜 어떤 사태가 벌어졌는지 우리는 이미 경험했다. 타다와 유사한 모빌리티 혁신은 싹이 잘렸고 사업이 불가능해지면서 1만 2000여 명의 타다 운전기사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시민들은 밤마다 택시를 잡지 못해 고통받고 있고 심야시간대 택시 호출료도 크게 인상됐다.



타다금지법의 풍선 효과로 ‘카카오택시 왕국’이 탄생했다. 카카오T블루 면허는 2019년 말 500여 대에서 현재 3만 대로 60배나 늘어났다. 전체 법인택시에서 차지하는 카카오T블루 비중은 40%에 이르고 택시 앱 호출 시장 점유율은 95%에 육박한다. 택시의 대안이 될 새로운 플랫폼 사업자의 진입을 어렵게 만든 정부 규제로 또 다른 독점 사업이 잉태된 결과다.

공정위는 나아가 매출액 외에 이용자 수, 데이터 수집 능력을 포함해 시장 점유율을 산출하는 플랫폼 독과점 심사 지침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매출은 적어도 이용자가 많으면 인수합병(M&A)을 제한하고 반대로 매출은 많아도 이용자가 적으면 인수합병을 승인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 경쟁법상 ‘시장 점유율’과 ‘독과점’을 판단하는 척도를 뛰어넘는 전례 없는 새로운 규제 요인이다. 결국 이용자를 먼저 늘려 투자를 유치하고 수익은 나중에 내는 플랫폼 스타트업 비즈니스의 성장을 짓눌러 입점 업체와 소비자의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카카오 먹통 사태는 그동안 플랫폼 기업의 서버 관리가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본질은 재난 위기 관리다. 이 문제에 집중하면 된다. 명의는 환부만 도려내고 돌팔이 의사는 사람을 죽인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자율·사후규제는 여전히 옳은 방향이다. 카카오 사태를 구실로 전체 플랫폼 기업들을 싸잡아 규제하겠다고 달려들면 의원들과 공정위는 웃겠지만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고 망가지는 것은 혁신생태계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