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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회색과 강렬한 보라…심연 속의 나를 끄집어내다

[추상미술 전시 2題]

◆코리아나미술관 '홍수연 개인전'

겹겹 쌓은 색·형태 절제미 돋보여

신작 15점·영상 등 30여점 선봬

◆스페이스K '제여란 개인전'

발산하는 붓질, 고귀한 보라 구현

질감 살린 '5m 대형캔버스' 압도

홍수연의 'Oxymoron #8' /사진제공=코리아나미술관




구체적인 형태와 군더더기를 제거한 미술을 뜻하는 ‘추상(抽象)미술’에는 코끼리 상(象) 자가 쓰인다. 1990년대부터 30년 간 추상미술만 연구해 온 작가 홍수연은 문득 그 이유가 궁금했다. 강남구 언주로 코리아나미술관 스페이스씨에서 이달 말까지 열리는 개인전 제목을 ‘추상’이라 붙인 이유다. 불교 경전의 ‘맹인모상(盲人摸象)’, 즉 장님 코끼리 만지듯 한다는 말을 떠올리게 하지만 작가는 “내 안에 잠재된 추상적 이미지를 끄집어 내 형상화 하려는 것에 대한 은유적 표현”이라고 말했다.

홍수연은 차분한 단색 배경 위에 미끄러지다 멈춘 듯한 둥그스름한 형태들을 겹겹이 쌓는다. 안료와 미디움을 배합해 실제로 매끈한 캔버스 위에서 “이리저리 움직여다니게” 하는데, 눕힌 캔버스를 두 손으로 붙잡고 기울였다 멈추기를 반복하는 과정이 상당히 고되다. 자기 몸으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하기에 작품의 최대 폭은 165㎝다. 치밀한 계산과 고난도의 절제, 묵묵한 기다림이 만드는 작품은 정적이지만 미묘한 움직임이 느껴지고, 색이 층층이 쌓였지만 투명한 분위기를 이루는 게 특징이다.

전시장에는 신작 15점과 새롭게 시도한 영상작업 2점 등 30여점이 선보였다. 1999년 미국 유학시절의 작품은 쌓일수록 투명해지는 기법을 찾고자 수백 개의 점을 찍고 또 찍었던 노력의 흔적이다. 지하 전시장의 신작은 ‘절제’를 강조했던 기존작과 달리 과감하다. 곱게 지켜오던 비눗방울을 터뜨려 숨통을 열어준 듯한데, 올이 굵은 캔버스로 요철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동해안에서 물에 빠진 적 있는데, 당시 죽음의 문턱에서 봤던 물빛과 그 투명한 회색의 느낌을 구현하고 싶다는 마음이 30년간 추상과 색·안료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게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회화 작업을 통해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쌓았다면, 영상 신작은 무의식을 드러내는 과정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29일까지.

홍수연의 신작 'Synchronicity 08-21' /사진제공=코리아나미술관




제여란의 신작 'Usquam Nusquam' /사진제공=코오롱 스페이스K 서울


코오롱그룹의 문화예술 나눔공간인 강서구 마곡동 스페이스K 서울에서는 27일부터 추상화가 제여란의 개인전 ‘로드 투 퍼플‘이 열린다. 발산하는 듯한 과감한 붓질로 감정의 심연을 끄집어낸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가 이번 전시에서는 ‘보라’를 내세워 새로운 색에 대한 실험을 이어간다. 각각 가로 길이 4.5m, 5m의 대형 캔버스에 작업한 보라톤의 대작 두 점이 특히 시선을 압도한다. 물감의 움직임 속에 스민 몸의 흔적을 느끼기 위해 가까이서 들여다 보는 게 필수다. 왜 보라색인가에 대해 제 작가는 “보라색은 붉은색과 푸른색이 결합된 색이지만 그 자체로 분리 불가능한 단독의 색이며 까다롭고 고귀한 자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검은 색을 주로 다루며 끈적한 물감의 질감이 두드러진 1990년대 작품부터 보여준다. 이후 2000년대 초반부터는 푸른 색조의 어두움과 붉은 색조의 운동성을 강조한 회화로 이어진다. 제여란과 추상의 싸움은 판화 제작에 사용되는 물감 밀어내는 도구인 ‘스퀴지’의 사용과 함께 율동감과 다채로운 색채의 공간으로 옮겨갔다. 이후 최근까지의 작업은 ‘어디든 어디도 아닌’이라는 뜻의 라틴어 제목을 붙여 유토피아 같은 기묘한 풍경을 보여준다. 내년 1월19일까지.

마곡동 스페이스K 서울에서 개막한 제여란 개인전 전경/사진제공=코오롱 스페이스K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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