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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밖 심정지 생존율 3.6%…CPR 교육 확대 시급"

전상훈 테트라시그넘 대표

35년 흉부외과 의사서 창업의 길로

'메타CPR' VR·AI 적용 몰입도 높여

병원·기업서 해외까지 주문 늘어나

전상훈 테트라시그넘 대표가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해 개발한 심폐소생술 훈련 시스템 '메타CPR' 사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여보세요, 괜찮으세요? 여기 사람이 쓰러졌어요!"

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테트라시그넘 사무실에 들어서니 가상현실(VR) 고글을 착용한 한 남성이 마네킹을 상대로 심폐소생술(CPR) 훈련에 한창이다. 고글을 통해 보이는 가상현실 속에서는 길을 걷다 쓰러진 행인과 맞닥뜨리는 상황이 펼쳐지며 몰입감을 높이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세어가며 가슴 압박을 하다보면 인공지능(AI) 강사가 등장해 가슴 압박 위치를 바로 잡아준다. 테트라시그넘이 개발한 '메타CPR'의 시연 장면이다. 전상훈 테트라시그넘 대표는 "한해 3만 명이 병원 밖에서 심정지를 경험한다. 가정에서 심정지가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은데 생존율은 3.6%에 불과하다"며 "어설프더라도 4분 안에 CPR을 시행하면 소생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상훈 테트라시그넘 대표가 CPR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심정지 환자의 골든타임은 4분 남짓이다. 4분이 지나면 뇌손상이 시작되어 생존율이 50% 아래로 떨어진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누가 발견하든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일반인들이 심정지 환자에게 CPR을 시행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26.4%로 저조하다. 영국(70.0%)·일본(50.2%)·미국(40.2%) 등 주요 국가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이태원 참사’를 겪으며 CPR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전 대표는 35년째 흉부외과 전문의의 길을 걸어온 의사다. 그에게 CPR 교육은 줄곧 아픈 손가락이기도 했다. 3년 전 분당서울대병원장 임기를 마친 그가 돌연 창업에 나선 이유기도 하다. 전 대표는 "디지털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CPR 교육은 수십년간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며 "심정지 환자의 생존율을 끌어올리려면 CPR 교육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응급의학과·흉부외과 교수가 초기개발 단계부터 참여해 만든 메타CPR은 정확하고 실효성 있는 CPR 교육에 방점을 뒀다. 5개의 센서가 내장된 마네킹으로 가슴압박 위치와 깊이·호흡량·의식 확인·기도 확보 여부 등을 평가해 점수화하고, 클라우드에 저장할 수 있어 연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서울아산병원·분당서울대병원·중앙보훈병원부터 LG CNS·KT 등 기업들과 소방서·해양서 등은 물론 영국 맨체스터대학병원·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어린이병원 등에도 보급됐다. CPR이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된 해외에서는 입소문을 타고 주문 문의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전 대표는 "생존 수영을 배우듯 누구나 응급상황에 대비한 CPR을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며 "CPR 교육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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