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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쟁의 늪에 빠져 상식 내팽개친 나라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 할 성직자가 정쟁에 가세해 대통령을 겨냥해 저주를 퍼붓는 일이 벌어졌다. 김규돈 대한성공회 신부는 14일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시아 방문 기사를 공유하며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 마지않는다”는 글을 올렸다. 박주환 천주교 신부는 윤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추락하는 합성사진을 12일 포스팅하고 “비나이다~비나이다”라고 썼다. 대한성공회와 천주교 대전교구는 각각 면직 및 성무 집행 정지 처분을 내렸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서울 광화문에서 이태원 참사 추모 미사를 열고 희생자 155명의 이름을 일일이 읽었다. 유시민 씨 등이 참여해 만든 인터넷 매체 ‘민들레’가 희생자 전원의 명단을 유가족의 동의 없이 공개한 데 이어 정의구현사제단도 희생자 이름을 호명한 것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동의 없이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은 희생자의 명예를 더럽히거나 유가족의 트라우마를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수의 유족들이 동의하지 않는데도 명단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사자(死者) 및 유가족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될 수 있다. 이에 앞서 이재명 대표와 일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희생자 이름·사진 공개를 주장해왔기 때문에 명단 유출 책임자를 규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특검 추진을 위한 전국적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각 지역위원회에 천막 당사 형태의 서명운동본부 설치를 지시하는가 하면 지역별 서명 목표치까지 요구했다. 서명 결과를 총선 공천에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을 보면 기가 막힌다. 이제는 유가족 등에게 2·3차 가해를 하는 행태를 멈춰야 한다. 유사한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을 튼튼히 하고 책임자를 엄벌하는 게 우리의 책무다. 정쟁의 늪에 빠져 상식을 내팽개치고 정상 궤도를 벗어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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