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난 탓에 29층까지 걸어올라가 음식을 배달한 기사에게 손님이 배달이 늦었다면서 회수해가라고 요청한 사연이 알려져 공분이 일고 있다.
지난 14일 JTBC '사건반장'에 따르면 경기도 시흥의 한 찜닭 가게는 지난 8일 오후 6시30분쯤 배달앱을 통해 들어온 주문 접수에 '배달까지 약 50분이 걸린다'고 손님에게 안내했다. 이후 가게는 15~20분 만에 조리를 끝냈고, 배달원 A씨가 음식을 받아 배달에 나섰다.
A씨가 배달지인 아파트에 도착해 보니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상태였고 주문을 한 손님의 집은 29층이었다. 배달앱 요청 사항에는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다'는 내용이 적혀있지 않았다.
다른 배달도 밀려있었던 터라 직접 올라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A씨는 주문자인 B씨에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이 A씨는 옆 아파트에 다른 배달을 먼저 다녀온 뒤 B씨와 연락이 닿았는데 B씨는 "우리 아들도 좀 전에 걸어 올라왔다. 여기까지 오는 것은 배달원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이에 A씨는 29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 배달을 완료했다.
배달을 마친 A씨가 14층까지 내려왔을 때, B씨는 배달 소요 시간인 50분을 넘겼다면서 음식을 회수해가라며 환불을 요구했다. 결국 A씨는 다시 29층까지 올라가 찜닭을 가지고 내려왔다. 가게에 돌아온 A씨는 땀과 눈물로 뒤범벅된 상태였다고 한다.
B씨는 해당 가게에 별점 1점을 주면서 후기를 남겼다. B씨는 "여기 음식 신중하게 주문하세요"라며 "배달앱 이용하면서 그 어떤 업체에도 부정적인 리뷰나 사소한 컴플레인도 해본 적 없는 사람이다. 태어나서 이런 일은 처음 겪는다. 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요청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찜닭집 사장 C씨는 배달앱 측에 '누구 하나 잘못한 게 아니므로 B씨의 리뷰 작성을 막아 달라'고 요청했지만 리뷰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했다.
C씨는 "가게를 운영하는 것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면서 "스트레스로 두통이 심해 이틀간 가게를 닫았다"고 토로했다.
한편 해당 사연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확산하자 당시 29층까지 배달을 했던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한 네티즌이 댓글을 남겼다.
그는 "친오빠가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라 사장님 마음을 알아서 배달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저의 일을 계기로 다음에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갑질보다는 서로를 위했으면 한다. 걱정해주신 분들 감사드린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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