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의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했다. 18일 미국 뉴욕 순방 당시 ‘비속어 논란’ 보도를 한 MBC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이 공개된 장소에서 고성으로 설전을 벌인 사태가 기폭제가 됐다. 도어스테핑 장소를 합판 벽으로 막은 대통령실은 후속 조치로 해당 기자의 징계 절차에도 착수했다. 윤석열 정부의 상징과도 같던 도어스테핑이 중단되면서 앞으로 언론과의 소통도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출입 기자단에 “21일부로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지했다. 대통령실은 중단 이유로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의 결정으로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5월 10일 이후 195일 만에 총 61회로 중단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주말 합판 14개로 벽을 쌓는 방식의 작업을 통해 도어스테핑이 이뤄지던 공간을 막았다. 1층 기자실에서 대통령 출근길을 볼 수 있던 용산 대통령실 로비의 풍경은 약 6개월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통령실은 임시로 막아놓은 합판 벽 자리에 밖이 보이지 않는 불투명한 유리 자동문을 설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어스테핑 중단은 윤석열 정부의 소통 방식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특히 언론에 대한 윤 대통령의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을 암시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였던 2월 11일 공개 토론회에 나서 “대통령에 취임을 하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주 1회 정도는 기자들을 기탄없이 만나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취임 이후에는 7월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경호처가 잠정 중단하는 일도 있었지만 윤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하루 만에 재개됐다. 8월에는 휴가 등으로 도어스테핑이 13일간 없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복귀와 동시에 “더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겠다”며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태도에 변화를 보인 시점은 9월 MBC의 비속어 관련 보도를 접한 뒤다. 윤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해당 보도를 악의적 오보라고 확신했다. 이달 동남아시아 순방에서는 MBC 기자들의 전용기 탑승을 불허했고 18일 윤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해당 보도를 비판했다. 대통령실 비서관과 MBC 기자가 카메라 앞에서 볼썽사나운 설전까지 벌이면서 도어스테핑은 잠정 중단됐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언론을 직접 만나는 도어스테핑이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 대통령실은 “도어스테핑은 국민과의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그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개되더라도 진행 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답변을 마치고 돌아서는 윤 대통령을 향해 고함 치는 식의 질문에 대해 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약식이기는 해도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기자회견이기 때문에 예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정을 설명하는 자리인데 마치 검찰에 출두하는 피의자처럼 질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슬리퍼 논란’을 의식해 복장 규정 역시 생길 가능성도 높다.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에 나섰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이 야당과 국민 앞에 철벽을 치고 대통령실은 (언론과 대통령 사이에) 가벽을 세우니 대한민국 정치에 큰 절벽이 생긴 것”이라며 “대통령과 여당은 눈과 귀를 막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