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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숏박스? 계약한 다음날 펑! 터졌죠" [인더뷰]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 인터뷰

콘텐츠보다 제작자 재능에 더 관심 있어

현실에 안주하면 안정적인 수익 보장 못해

아카데미 사업으로 새 크리에이터 육성할 것









장삐쭈, 숏박스, 피식대학, 과나, 빵송국….

유튜브에서 모르면 간첩일 정도로 유명한 이 채널들의 공통점은 바로 ‘메타코미디’ 소속 크리에이터라는 것이다. 정영준 대표가 세운 국내 최초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는 코미디언의 활동을 주축으로 한 콘텐츠·엔터테인먼트 회사다. 1100만 명의 웃음을 책임지고 있는 정 대표지만, 최근 서울시 마포구의 메타코미디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그는 메타코미디를 ‘보잘것 없는 평범한 집 앞의 코미디 회사’라고 소개했다. 정 대표는 “여러 가지 꿈이 있어서 이루고 싶은 것은 많기 때문에 아직은 평범하다”며 “10년 후에는 보잘것 있는 회사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미디 덕후는 왜 코미디 레이블을 차렸나?


“왜 한국에는 일본의 ‘요시모토코교(吉本興業)’ 같은 코미디 회사가 없을까?”

요시모토코교는 100년이 넘는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로, 정 대표의 창업 의지는 이 같은 궁금증에서 피어올랐다. 이에 코미디의 오랜 팬으로서 코미디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과 <웃찾사>, <개그콘서트> 등 방송사 개그 프로그램이 연이어 폐지되자 ‘진짜 창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2010년대 초반부터 국내 방송에서 코미디라는 분야가 지워져버리는 일이 있었죠. 음악으로 비유하자면 ‘힙합이 유행했다’, ‘밴드가 유행했다’ 할 수는 있어도 음악이 사라지진 않잖아요. 코미디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은 상황에 따라 취할 수 있는 새로운 코미디가 안 나타났다는 것의 반증일 수밖에 없거든요.”

정 대표는 12년간 CJ ENM, YG엔터테인먼트, 샌드박스네트워크에서 몸 담으며 습득한 콘텐츠 지식을 바탕으로 당시 교류하던 코미디언들에게 메타코미디 합류를 제안했다. 조직을 통해 코미디언들이 한데 모이면 집적효과가 생기겠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코미디언들이 자생할 수 있는 좋은 성장 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한 몫 했다.



‘따라다니면서 꼬시기’.

정 대표가 마음에 드는 크리에이터를 발굴해 영입하는 과정이다. 콘텐츠 자체의 아이디어보다는 크리에이터의 재능을 높이 사는 그는 “콘텐츠에서 100% 확신을 갖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며 "크리에이터가 지닌 재능이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라고 판단될 때 계속 따라다니면서 같이 한번 해보자고 꼬신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자사 크리에이터 중 ‘독보적인 천재’로 꼽은 인물이 있다. 바로, 채널 개설 한 달 만에 260만 조회수를 기록한 ‘과나(gwana)’다. 음식 레시피를 음악·애니메이션·노래와 적절하게 섞어 마치 한 편의 뮤지컬과 같은 영상을 업로드하는 과나는 일찌감치 정 대표 눈에 띄었다. 재빠르게 과나의 천재성을 발견한 정 대표가 엔터테인먼트 관계자 중 제일 먼저 과나에게 연락했기 때문에 과나 영입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과나가 장삐쭈처럼 오래 크리에이터 활동을 한 친구도 아니고 숏박스처럼 말도 안 되는 인게이지먼트를 얻는 친구도 아니지만 정말 어마어마한 천재”라며 “가장 예술적으로 콘텐츠 활동을 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라서 요즘 이 친구랑 어떤 사업을 같이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콘텐츠인 ‘숏박스’는 오히려 “이렇게 빨리 잘 될 줄은 몰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숏박스 채널을 운영 중인 김원훈·엄지윤·조진세와는 약 6개월 정도 교류하다 계약을 결정했는데, 바로 계약 다음 날 눈이 동그래질 만큼 조회수가 크게 폭발했다”며 "그래도 ‘몇 개월 정도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는데, 토요일에 조회수가 펑 터져버렸다. 새로고침을 할 때마다 몇 천회부터 만회씩 오르는 모습을 보고 꿈인가 싶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뉴미디어 향방은 어린이에게 달려있다”


바로 지금, 국내에서 가장 화제를 이끄는 콘텐츠 사업가가 주목하는 다음 시장은 어디일까. 정 대표는 ‘숏폼’에 주목했다.

현재 숏폼은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을 이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바일 앱 마켓 분석 사이트 데이터에이아이에 따르면 대표적인 숏폼 콘텐츠 플랫폼인 틱톡이 올 1분기 이용자 월평균 사용시간에서 23.6시간을 기록하며 23.2시간을 기록한 유튜브를 앞섰다. 유튜브도 내년 초부터 1분 이내 영상 콘텐츠인 ‘쇼츠(Shorts)’에 광고를 도입하고 수익금의 45%를 제작자인 크리에이터에게 지급하기로 밝히며 숏폼에 집중하는 듯한 모양새다. 정 대표는 “오랜 기간 동안 롱폼과 숏폼이 양립하겠지만, 아마 숏 콘텐츠가 굉장한 속도로 발전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대표가 숏폼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 예측한 이유는 ‘어린이의 콘텐츠 소비 성향’ 때문이다. 그는 “향후에 콘텐츠 유형이 어떻게 전개될까를 예측해보려면 어린 친구들을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는 지난 8월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 방문했을 당시를 떠올렸다. 저녁을 먹기 위해 들린 부산의 한 치킨집에서 한 꼬마가 주문을 받으러 정 대표를 향해 걸어왔다. 꼬마가 귀여웠던 정 대표는 콘텐츠에 이것저것 물었고, 꼬마는 좋아하는 콘텐츠로 ‘스낵타운’을 꼽았다. 232만 명의 구독자를 지닌 ‘숏박스’는 모르고 3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낵타운’을 알다니. 이처럼 실제로 많은 어린 세대는 틱톡, 쇼츠 등의 숏폼 플랫폼으로 영상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 대표는 “이제 몇 년만 지나면 ‘틱톡이 대세인 세상이 올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시장에서 틱톡이 미칠 영향력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없다. 그는 “틱톡은 미국과 중국 등 전 세계적으로 인기몰이 중인 콘텐츠 플랫폼이지만 정 대표는 한국에서만큼은 아직 아니다”라며 “틱톡은 묘한 반중 정서가 합쳐져서 국내에서만큼은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가 훨씬 잘 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콘텐츠 소비층이 틱톡으로 넘어가는 것보다 세로형 숏 콘텐츠 시장이 한국에서 더 커질 것이고 그것의 헤게모니를 인스타그램이 잡을지 틱톡이 잡을지 유튜브가 잡을지는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숏폼 콘텐츠의 확산은 코미디 레이블 메타코미디에겐 호재다. 정 대표 생각에 숏폼은 코미디가 뚜렷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긴 영상은 비빔밥처럼 여러 가지 감정을 넣어서 비벼야 하는 건데, 짧은 영상은 일품 음식처럼 하나의 감성에 집중해서 만들기가 좋다”며 “하나에 집중하는 것은 코미디가 굉장히 강한 분야이므로 짧은 영상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 숏폼을 활용해 오리지널성을 유지한 콘텐츠를 제작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영준 메타코미디 대표가 서울시 마포구의 메타코미디 사옥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도연 기자


현재 대부분 콘텐츠 기업이 그렇듯 메타코미디에도 이미 내로라하는 벤처캐피탈(VC)들이 몇 차례나 투자 의사를 밝혀왔다. 하지만 정 대표는 당분간 투자받을 계획이 없다. “투자라는 게 투자가 필요한 사업을 하기 위해서 받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십년지대계(十年之大計)를 세우고 중간중간에 이정표를 세워놓으면서 사업을 이어 나가고 있는데, 아직은 아니지만 몇 년 안에 저희가 투자가 필요해지는 순간들이 올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대규모는 아니겠지만 그때 저희가 열심히 IR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투자는 향후 아카데미 사업을 전개하며 유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대표는 “‘나는 코미디언이 되고 싶어요’라는 어젠다 하나만 갖고 찾아온 친구들을 교육시키고 데뷔시키고 하는 일련의 활동들을 ‘아카데미 사업’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된다면 그 사업을 하기 위한 자본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종적으로 정 대표가 그린 메타코미디는 어떤 모습일까. 바로, 문신을 할 만한 정도의 브랜드로 성장하는 것이다. 자기 몸에 영구적으로 남을 수 있는 무언가를 새긴다는 건 정말 큰 결심이 필요한 만큼 브랜드를 단순히 좋아하는 것을 넘어 사랑해야 한다. 바꿔 말하면, 브랜드 로고를 문신으로 새긴다는 것은 소비자의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의미한다.

“박재범 팔에 있는 하이어뮤직 로고 문신, 브랜딩 수업마다 언급되는 할리데이비슨 문신처럼 문신하게끔 하는 브랜드는 사실 어마어마한 인게이지먼트를 필요로 하는 거예요. 브랜딩과 콘텐츠의 코어 사업이 살아있는 한은 회사의 하입(기운)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열광하는 브랜드를 만들어서 그들과 함께 크리에이티브를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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