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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대금 못받고 PF상환 불발…건설사 자금경색 더 심해지나

[휘청이는 분양시장]

◆주변시세 반토막…분양계약 해지 속출

일부 계약자들은 잔금납부 안하고 주담대 전환 거부

부동산 침체에 담보가치 하락, PF대출 대환은 어려워

"자칫 중견사들도 도산…리먼사태 때 재연" 우려 커져





수분양자들이 억대에 달하는 계약금을 포기하면서까지 분양 계약 해지에 나서는 상황과 관련해 건설 업계는 연쇄 도산의 또 다른 도화선이 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경색되며 건설사들의 자금 유동성에 대한 경고가 나오고 있는데 분양 계약 해지 사업장이 동시다발적으로 늘어날 경우 자금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5일 부동산 업계와 건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분양한 인천 ‘송도자이더스타’에서 일부 수분양자가 계약 해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1억 원(분양가의 10%)에 가까운 계약금 회수를 포기하고 계약 해지를 진행했다.

법적으로 일방에 의한 부동산 계약 해지는 중도금이 납부되지 않았을 경우에만 가능하다. 송도자이더스타는 이미 올 6월 1차 중도금 납부가 이뤄진 만큼 중도금을 낸 계약자들은 해지가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전문인 엄정숙 변호사는 “중도금을 납부하지 않고 계약금만 납부한 수분양자가 분양계약 해지를 희망할 경우에는 기존 납부한 계약금을 포기하는 방식으로 계약해지가 가능하다”면서도 “중도금이 납부된 경우에는 일방이 아닌 쌍방의 합의에 의해서만 해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수분양자들은 연일 내용증명 등을 시행사에 보내며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인근 단지의 집값이 분양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에서 분양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손해인 데다 지속적으로 해지를 요구해야 계약 조건을 수분양자에게 유리하게 바꿀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일부 계약자들은 입주 시점에 지급해야 하는 잔금 납부를 거부하고 중도금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지 않는 방식으로 계약 해지를 진행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건설 업계는 이 같은 계약 해지 사태가 가뜩이나 부동산 PF 시장 경색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운 시행사 및 시공사에 추가 압박 요인이 되지 않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통상 분양가의 30%에 달하는 잔금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공사 대금조차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여기에다 수분양자들이 시공사가 지급보증을 선 중도금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결국 시공사가 대위변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부동산 시장이 경색되자 복수의 사업장에서 계약 해지 사태가 벌어지면서 중견 건설사가 도산하는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계약 해지 사태는 본PF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통상 부동산 PF 대출금은 분양을 통해 들어온 자금으로 상환한다. 토지 매수를 위해 사업 초기에 조달한 브리지론은 본PF 대출금으로 전환하고 이후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본PF 대출금을 갚는 데 쓴다. 본PF 대출금은 보통 입주 지정 시기와 맞물린 잔금 기한으로부터 2개월 즈음에 만기되며 준공이 떨어지면 PF 대출금은 ‘건축물’을 담보로 잡은 대출로 전환된다. 이런 상황에서 수분양자들이 대거 계약 해지를 요구하거나 중도금·잔금을 납부하지 않고 버틸 경우 시행사는 대안으로 미분양 담보대출을 고려할 수 있지만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담보가치가 크게 떨어져 PF 대출금 전액을 담보대출로 대환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사실 수분양자들의 이 같은 계약 해지 요구 사태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리먼브러더스발(發) 금융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시장이 급락했을 때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당시 인천 서구 청라지구와 중구 영종지구 등의 입주 예정자들은 아파트 분양 계약을 해지해달라는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아파트 중도금대출 이자 납입을 거부했다. 당시 이들이 내세운 해지 이유는 분양 당시 시행사와 시공사가 내놓은 개발계획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집값 시세가 분양가보다 떨어지면서 발생한 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에는 신길AK푸르지오의 수분양자들도 분양 대금 할인 등을 요구하며 계약 해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해지 사태가 계약금 1000만 원 정액제로 진행된 오피스텔 등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건설 업계는 일단 수분양자와 맺은 계약을 유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계약률이 50~60%로만 유지된다면 해당 현장을 준공까지 끌고 갈 수 있는 기반은 마련되는 만큼 ‘미우나 고우나’ 수분양자를 품고 간다는 전략을 세운 상태다. 아예 분양 대금을 깎아주거나 중도금 무이자 혜택, 현금 지급 등에 나선 사례도 있다. 대형 시행사인 엠디엠의 경우 주거용 오피스텔 ‘파주운정 푸르지오 파크라인’의 분양가를 최대 2억 원까지 할인해 재분양하기도 했다. 1군 건설사 분양팀 관계자는 “건설사가 일반분양을 담당하는 정비 사업에서도 사업 주도권을 쥔 조합장에게 이런 시기에는 함부로 수분양자와의 계약을 해지한다 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다”며 “중도금을 일부 연체하는 사례가 있더라도 계약 해지를 한다고 할까 봐 너무 강하게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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