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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다시 보기]'두 개의 원이 있는 자화상'

신상철 고려대 문화유산융합학부 교수





17세기 네덜란드 바로크미술을 대표하는 렘브란트 판레인은 자화상 제작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가다. 그는 창작 기간 44년 동안 약 80점의 자화상을 그렸다. 자전적 삶의 연대기를 구성하듯 그의 자화상은 10대 중반부터 사망하던 시기까지의 다양한 모습을 담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한 화가의 얼굴이 이토록 상세히 기록된 전례는 없다. 자화상 속 렘브란트의 모습은 때로는 환희와 희망에 차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감이 넘쳐 오만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자화상 속 그의 얼굴이 점차 쓸쓸함과 고독, 그리고 삶에 대한 회한이 가득한 모습으로 변해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네덜란드 회화의 황금시대를 배경으로 활동하며 젊은 시절 부와 명성을 얻었던 화가 렘브란트. 그러나 삶의 후반기에 이르러 그는 경제적 파산과 가정적 불행이라는 극심한 생의 고난을 겪게 된다. 그의 자화상들에는 이러한 삶의 현실이 변화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표출돼 있다. 따라서 이 그림들은 청년기·장년기·노년기를 거치며 삶을 대하는 작가의 태도와 감정의 변화상을 기록한 일종의 자기 고백서라 할 수 있다.

기존 미술사 연구자들은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리는 이유를 초상화 기법에 대한 훈련 과정과 연계해 설명하고는 했다. 하지만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이 해석이 적용되기 힘든 사례다. 그는 20대에 이미 성공한 초상화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1669년 63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자화상 제작을 지속했다. 1665년께 그려진 ‘두 개의 원이 있는 자화상’은 노년의 렘브란트 모습을 담은 초상화다. 흰 모자를 쓰고 팔레트를 들고 있는 작가의 얼굴에는 노쇠함이 역력하다. 하지만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시선에서 그가 아직도 예술가로서의 자부심과 자존감을 잃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현실의 삶에서 모든 것을 잃은 그가 이토록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마음속에 식지 않고 남아 있던 창작의 열정이 그를 현실의 고통에서 구원해준 것이 아닐까 추정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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