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 의혹을 받는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에 대한 구속영장이 23일 발부됐다. 참사 초기 현장에서 경찰 대응을 맡은 송병주(51)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도 함께 구속됐다. 핵심 피의자들의 신병이 확보되면서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윗선’을 향한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박원규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이들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피의자들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지난번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된 후 추가로 수집된 증거들을 포함해 수사기록에 나타난 여러 증거들과 구속영장 실질심문 결과를 종합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전후 적절한 대책 마련과 대응을 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운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자신의 도착 시간이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를 검토하고도 바로잡지 않은 혐의(허위공문서작성·행사)도 함께 적용돼 20일 두 번째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 전 서장에 대한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는 이달 5일 법원이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지 18일 만이다. 특수본은 이달 1일 이 전 서장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만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당시 법원은 ‘구속 사유가 없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특수본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입증을 보강하는 한편 현장 도착 시간이 허위로 기재된 상황보고서와 관련한 혐의도 추가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오후 11시 5분 현장 인근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했으나 용산서 상황보고에는 참사 직후인 오후 10시 17분께 도착한 것으로 담겨 그가 당일 동선을 거짓으로 기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송 전 실장은 참사 직전 압사 위험을 알리는 112 신고에도 차도로 쏟아져나온 인파를 인도로 밀어올리는 등 적절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를 받는다. 상관인 이 전 서장에게 제때 보고하지 않고 현장 통제도 미흡하게 해 구조를 지연시킨 혐의도 있다.
이들이 구속되면서 향후 특수본 수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경찰 안팎에서는 특수본이 이 전 서장 등 주요 피의자의 신병 확보를 기점으로 ‘윗선’까지 수사를 확대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실제 특수본은 이 전 서장 등 현장 책임자에 대한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경찰청과 행정안전부·서울시 등 상급기관으로 좀처럼 수사를 확대하지 못하고 영장 재청구를 위한 보강수사에 주력해왔다.
한편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영장실질심사는 26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이들은 당초 이날 영장심사를 받기로 했지만 박 구청장이 19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심사가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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