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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시대에 '87 체제' 집착…"勞, 이대론 근로자 대표성 상실"

[2023 신년기획-尹정부 2년차, 4대개혁 적기다]

1부 : 노동개혁 30년, 퇴로 없다-<3> 주사위는 던져졌다-노조개혁

노동자 권익 향상 등 기여했지만

대기업 중심 14%만 노조 조직화

양대 노총 기득권체제 고착화되며

청년·여성·플랫폼 종사자 등 소외

시대 변화 못담아 勞내부도 위기감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서울 국회 앞에서 열린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노조법 2·3조 개정, 화물 안전운임제 확대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987~1997년 노동운동은 매우 성공적이었다. 노동자의 정치·경제적 지위가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한국 경제사회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른 투쟁 방식과 다른 목표를 제시해야 하는데 과거의 성공 경험에 빠져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2011년 발간한 ‘1987년 이후 한국의 노동운동’에 실린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의 진단이다. 노동학계에서는 최 교수뿐만 아니라 대다수가 ‘1987년 체제’의 의미와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실제 1970~1980년대 노동운동은 노조 불모지 상황에서 공장 시대 처참한 노동자의 목소리를 담아냈고 한국의 정치 민주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노조 중심의 노동운동에 국민 여론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현재 양대 노총 중심의 노동운동은 다르다. 전체 임금 근로자의 14%라는 공고한 그들만의 기득권을 대변하며 정치 투쟁을 일삼고 있다. 1987년 체체는 곧 양대 노총 중심의 공고한 기득권 체제로 고착화됐다. 노동계 내부에서도 ‘87년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이대로는 노조가 근로자들의 대표성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현재 국내 노조 지형도를 보면 한국의 노동운동은 여전히 전투적 투쟁 중심의 ‘87년 체제’에 머물고 있다. 노조 조직률은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당시 18.5%에서 2년 후 19.8%로 정점을 찍고 내리막을 걸었다. 노조 조직률은 1997년부터 2019년까지 10~12%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노조가 단위 사업장 중심의 임금 인상 투쟁에 치중하며 파업 등 단체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일부 노조의 불법과 일탈은 노조 전체에 대한 반감 정서로까지 확대됐다.

원인에 대해 분석은 다양하다. 노동학계에서는 1987년 이후 노동운동에서 시작된 노조 온정주의와 노동운동은 옳고 기업 논리는 틀리다는 식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원인을 찾기도 한다. 정치적으로는 한국 특유의 진보와 보수 진영이 갈라진 상황에서 노동계에서 진보 진영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점도 꼽힌다.



시대와 세대 변화 속에서 노동운동의 위기를 찾는 분석도 있다. 양대 노총의 주축인 대기업 노동자와 전혀 다른 영역인 플랫폼 종사자는 올해 292만 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약 11%까지 급증했다. 젊은 세대에서는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장기 근속보다 공정한 보상 체계가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에 양대 노총의 내부에서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2021년 11윌 기자 간담회에서 “민주노총이 노조가 없는 노동자에 비해 많은 기득권을 가진 게 사실이고 이에 따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소득으로 보면 전체 10~20%에 드는 노동자가 (노조 운동의) 주축이 됐다”고 말했다.

2021년 현재 전체 노조 조직률은 임금 근로자의 14.2%(293만 3000명) 수준으로 80% 이상이 양대 노총 조합원으로 구성돼 있다. 부문별로 보면 대기업 중심인 300명 이상 근로자 사업장 조합원이 46.3%에 달하는 반면 30명 미만 사업장은 0.2%에 그치고 있다.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에 달하고 임금은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만큼 양대 노조가 노동계를 대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양대 노총은 그동안 비정규직·청년·여성 등 다양한 계층을 조직화하려고 했지만 기존 관성과 대기업 중심의 노조라는 한계에 부딪혀 있다. 유럽처럼 기업 내 산별노조(동일 산업 내 근로자의 단일 노조)로 전환하는 방법이 거론되지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규모·업무·능력 차이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중론이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 개혁의 초점을 양대 노총 기득권 허물기에 맞추면서 노동계의 반발과 투쟁이 더 격렬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윤 정부는 임금과 근로시간 등 노동법제 개선에 그치지 않고 노조 재정 투명성을 비롯해 기득권 노조의 관행을 고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다. 법과 원칙을 앞세워 노사 법치주의를 세우겠다는 입장까지 천명했다. 지난해 노동계의 동투(冬鬪)가 최근 몇 년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수위가 높았던 이유도 이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이 많다. 노동계가 전투적 투쟁 중심의 ‘87년 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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