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컨디션 난조’ ‘자신감 부족’. 자신을 둘러싼 걱정과 비판이 고개 들자마자 손흥민(31·토트넘)은 골로 답했다.
손흥민이 카타르 월드컵 뒤 첫 골이자 새해 첫 골로 득점 행진에 시동을 걸었다. 5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크리스털 팰리스와 2022~2023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원정 경기에서 손흥민은 3 대 0이던 후반 27분 4 대 0 승리를 완성하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센터 서클 부근에서 해리 케인이 높게 띄워준 공이 수비 머리 맞고 흐르자 손흥민은 왼발 슈팅으로 골문 구석을 뚫었다. 지난해 9월 레스터시티전 해트트릭 뒤 리그 9경기 만에 넣은 리그 4호 골이다. 올 시즌 리그 성적은 4골 2도움이 됐다. 챔피언스리그 2골을 포함하면 공식 경기 6골 2도움이다. 득점 가뭄을 씻은 뒤 손흥민은 안면 보호 마스크를 벗어던지며 포효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손흥민에게 평점 8.3점을 매겼다. 팀 내 세 번째로 높은 점수다.
손흥민은 비판론에 늘 골로 답해왔다. 지난해 3월에도 슬럼프 조짐이 보인다는 현지 매체들의 보도 직후 웨스트햄전 멀티골로 성인 무대 통산 200골 기록을 썼다. 검지를 입에 대는 ‘쉿 세리머니’를 펼친 손흥민은 “경기장 밖 사람들의 얘기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 우리는 똘똘 뭉쳐 서로 도와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날 팰리스전 득점은 EPL 200번째 선발 출전을 자축하는 골이었다. 부진을 분석한 영국 스카이스포츠의 보도 다음날 골이 터졌다. 손흥민은 “팀에 정말 미안했다. 득점은 자신감을 되찾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다가오는 경기들에선 더 많은 골을 넣고 싶다”고 했다. EPL 통산 97골로 손흥민은 테디 셰링엄과 같은 토트넘 통산 리그 득점 공동 2위로 올라섰다. 단짝 해리 케인이 198골로 1위. ‘손케 듀오’가 1·2위를 꿰차고 있다.
손흥민은 득점에 앞서 맷 도허티가 넣은 팀의 세 번째 골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건네준 패스를 도허티가 논스톱으로 해결했다. 패스가 수비 발을 살짝 맞아 공식 어시스트로 기록되지는 않았다. 토트넘은 3경기 만의 승리로 리그 5위(승점 33·10승 3무 5패)를 지켰다. 300번째 출전 경기에서 멀티골을 넣은 케인은 EPL 300경기 최다 득점 기록(198골)을 세웠다. 앨런 시어러(196골)를 넘어섰다.
손흥민과 케인이 EPL에서 동반 득점을 기록한 건 이날 경기가 34번째다. 리버풀의 무함마드 살라흐-사디오 마네(33경기)를 넘어서 신기록을 썼다. 케인은 “손흥민이 골을 넣어 기쁘다. 그는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오늘 득점이 손흥민에게 남은 시즌 다시 시작할 자신감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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